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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07. 2024

전세사기 깡통전세는 현재 진행형


“안녕하세요.

XXX 호 세입자인데요.“


“네”


“전세계약기간이 곧 만료인데, 그 전에 다른 집으로 이사 갈 계획이 잡혀서, 잔금 치르고 날짜 맞출 겸 하루 일찍 나가려구요. 전세 보증금을 하루 일찍 나가는 날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오.”


“하루 차이인데 사정 좀 봐주세요. 만기일이 토요일이라 은행 일 보기도 좀 어려워서 금요일에 나가려고 해요.”


“안되구요.

아직 다음 세입자가 안 정해져서 만료일에도 보증금 못 드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3개월 전에 계약 연장 의사 없다고 말씀 드렸고, 이제 이사 갈 집 계약하고 계약금 걸어야 하는데 당황스럽네요.”


“그건 그 쪽 사정이구요.

저도 돈이 없어요. 이래 저래 쓰고 묶여 있어서요.

새로운 세입자 받아서 보증금 받아야 드릴 수 있으니 그런 줄 아세요.“


“아니오.

저 이 집에서 더 살기 싫다고 이미 3개월 전부터 말씀 드렸고, 다음 세입자 분 구하시게 방도 충분히 보여 드렸어요. 전세 계약에 따라서 만료일에 나갈 거고, 당일 보증금 부탁 드려요. 그날 새로 들어갈 집에 잔금 치르고 바로 전입신고해서 확정일자도 받아야 하거든요. 부탁 드립니다.“


“아니, 계약하고 현실하고 다르다니까요.

암튼, 새 계약자 안 들어오면 보증금 못 돌려 드리니까 그런 줄 아세요.“


“아니죠. 현실이고 뭐고 계약이 중요한 거고, 서로 도장 찍고 신고까지 했으면 따라야지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저는 월세 일부 있는 것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드렸고 관리비 포함 수도, 가스, 전기세도 밀린 것 하나 없어요. 계약금, 보증금도 약속된 날짜에 드리고 들어와서 살았고, 제 할 바는 다 했는데, 집주인도 보증금 반환 의무를 지키셔야지요. 보증금 만료일 이후에도 안 주시면 이거 전세사기예요.“


“전세사기 아니니까 알아서 마음대로 하세요.“


“아니오. 집이 안 나간 게 제 잘못도 아니고, 제 계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네이버 부동산에 올려 놓은 것 찾아 보니까 시세 대비 너무 높은 걸 떠나서 분양가보다 전세금이 더 높은데 누가 들어오나요?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걸어 놓고 새 임차인 못 받는다는 말씀을 하셔야지요. 이런 게 깡통전세예요. 요즘 부동산 경기도 안 좋은데, 이런 집이 집값이 오를 리가 없잖아요. 떨어지기만 하지.“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하니까 보증금을 주신다고 하시니까 제가 이런 말씀까지 드리는 거 아니예요.”


“네, 일단 알겠구요. 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끊습니다.“


“아니, 일단 알겠구요가 아니라 보증금 제 날짜에 돌려 달라니까요. 예?“


뚜뚜뚜



인천과 서울 화곡동.

그리고 부천과 대전 등지에서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질 때 언론에서 이런 이야기가 녹취된 것을 들어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아니, 직접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이렇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전세대출과 근저당 때문에 더 문제가 생겨, 살 곳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돈도 반 혹은 거의 전부를 떼이기도 했구요.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이 국회에 찾아가서 시위도 하고, 면담도 했지만, 국토부와 국회의 대책은 임시방편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했지요.


그래도, 한 사건에 몇 백 명이 피해를 보고, 누적되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서, 신문이고 방송에서 연일 문제를 삼고, 국회나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해서 전세 사기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심 전세 앱 같은 것도 있고 나쁜 집 주인도 검색할 수 있어 사람들이 죽으니 늦게라도 세상이 바뀌고 있다며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전세사기 피해자 분이, 화난 목소리로 울먹이며 이런 말씀을 한 것이 와 닿았습니다.


“어떻게 돈도 없는 사람이, 세금 밀리면서 깡통 전세 만들면서 몇 백채를 갖고 있는데, 정부에서 아무런 관리 감독이나 제재가 없었지요?”


지상파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피해 구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지요.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라고 세금은 꼬박꼬박 칼 같이 가져가서 월급 밀릴 일 없는 정부의 무능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세상이 바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에 제가 적은 대화는, 원래 현재 연재하고 있는 소설 사기꾼에 넣으려고 써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입만 열면 민생을 강조하는 여의도 국회 옆에서, 전세입자가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왔을 때 집주인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해 둔 내용을 들으니 너무나도 비슷했습니다.


충격이었지요.


집주인은 계약 위반에 대해서 어쩌라는 거냐, 마음대로 해봐라 배 째라는 식이고,

전세사기 등 범죄에 대해서도 죄의식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부동산을 중개하는 중개사 분들이, 이 분은 그럴 분이 아니다.

당산동에만 몇 채 넘게 임대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고 안심을 시켰던 것이지요.


즉, 그만큼 돈이 많고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분이라 보증금 정도 떼어 먹힐 일은 없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X 소리였지요.

되려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도미노처럼 넘어져서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건들을 마주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 보니 이런 문제의 발생 가능성은 더 높아졌지요.


”이런 게 깡통전세고 전세사기 아니예요?“


“아니지요.

2억짜리 집을 2.1 억에 내놓으면 깡통전세지만,

이 집은 1.9억으로 내놓았으니 깡통이 아니예요.“


“그럼 부동산 경기 안 좋아져서 집값 1.7억 되면요?“


“그건...”




사실 이사 날짜를 조율하며 며칠 당기기도 하고, 며칠 미루기도 하며 상호 합의 하에 계약 기간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그런 사정이 있어서 상호 불만 없이 합의하는 경우가 아니라,


임차인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장해서,

어쩔 수 없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등)

더 살기를 강요받고, 자신이 원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는데 나가지도 못하고, 원치 않는 비용을 부담합니다. 또한, 다른 집을 알아볼 수는 있어도, 맘에 드는 집을 찾아도 불확실성 때문에 계약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돈이 여유가 있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새로운 집을 얻어도 전입신고를 하기도 어려워 집니다. 확정일자가 효력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전세로 가야 한다면 이사할 새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기 불안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렇게 타의로 묶여서 며칠이 아닌, 몇 달 혹은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이 만료되었는데도, 이전 조건이 유지되면서 말입니다.


앞선 대화에서 보듯이 전세사기의 예후가 보이면, 임차인이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 뿐만 아니라, 만료 전 이사 갈 새 집을 알아보고 계약할 수도 없게 되어 실질적인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나 관공서에 녹취를 갖고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면, 아직 만료일도 전이라 접수 조차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귀찮아서 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보통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예후가 보였을 때 적극적으로 임차인을 도와, 임대인이 제때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조사도 하고, 찾아가서 계도도 하면 압박감을 느껴 허튼

짓을 못하겠지요.


하지만, 정작 현실은,

세금은 칼같이 월급에서 가져가고,

말은 국민들을 위한다면서,


“누가 죽어야 이슈가 되고 문제 해결을 하려고 그때서야 움직인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녹록치 않습니다.


되려, 이제는 죽어도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아마 자신들은 철밥통에 먹고 살만 하기 때문에, 혹은 자신이 직접 당해보지 않아서이기도 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발생해서 해결하려면 더 어렵고 해결이 안 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당연히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발생 전에 확인을 하고 사전에 불을 끄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지요.


큰 수술을 잘 끝내서 살아나게 하고, 죽지 않게 해주는 의사도 훌륭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멀쩡해 보이는 환자를 진맥도 해보고, 식습관, 생활습관을 보고 발병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서, 병이 생기기 전에 잘못된 요소를 개선하는 의사를 명의라고 했습니다.


큰 불이 나면 소방차를 비롯한 대규모 장비와 많은 인력들이 투입되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도 합니다. 그 전에 순찰을 하며 화재 위험 요인을 발견해서 제거할 수 있는 분이 최고의 소방관이라고 봅니다.


이제 나쁜 집주인을 인터넷이나 앱에서 검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종의 신상 공개지요.


부자가 되는 비결 중 하나로,


줄 돈은 최대한 늦게 주고,

받을 돈은 최대한 빨리 받으라


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cash flow가 좋아진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자금 흐름이 좋아지면, 남는 돈으로 단기 예금으로만 넣어두어도 이자가 생깁니다. 여유 자금으로 다른 투자나 사업을 할 수도 있구요.


돈 벌고, 부자 되는 건 누구나 원하는 것일 수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범법행위와 그 예비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등 사법당국과 국토부 등 주무 관청 등의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대응 그리고 엄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했다느니, 피해자들이 바보 같아서 사기 당한 걸 어떻게 국가가 책임져주느냐 하는 건 안일한 생각이고,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전세 사기꾼들이,


“법? 그딴 거 뭐. 몰라. 뭘 해서든 돈 벌어서 전관 변호사 쓰면 벌금 몇 푼 내면 끝나는 거.

경찰 조사? 별 것 없던데.“


라고 말하며 계속 피해자를 양산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있는 분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누릴 건 더 누리면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며, 펼쳐진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칼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전세 사기 등으로 돈을 빼앗는 것보다 더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힘들게 일하고,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으로, 비싼 자가를 갖기 전에 중간단계로 거치는 전세에서, 전세 사기꾼에게 잘못 걸려 전 재산을 잃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전세대출을 받아 들어간 집에서,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해 연체 이자 부담이 생기고, 빚 독촉을 받고 신용 불량자가 된다면 어떨까요?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한다면 죽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죽을 용기는 없어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고 살아갑니다.”


라는 인터뷰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나쁜 집 주인보다 좋은 집 주인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도 돈이 없어서 월세, 전세를 얻어서 살아 본 분도 많습니다. 전세입자 분 덕분에 자금 부담을 덜고 내 집 마련을 해서 집값이 올라 전세입자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보증금 반환을 제때 해주시는 분도 많구요.


소수의 나쁜 집 주인들 때문에, 좋은 사람들도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이 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 자산도 감소하고 있구요.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남에게 피해를 주고, 법을 어기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처벌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국민들은 세금을 내서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는거라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는 것도 같은 마음이겠지요.


전세 사기자들을 빨리 잡지도 제대로 처벌도 하지 못해서 무능함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법안이 (공시지가 대비 X % 이상 전세 보증금 계약 금지 등) 하루 속히 통과되어 지금도 횡행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또 터질 것이 분명한 전세 사기 사건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전세사기 발생시 엄벌과 피해자에 대한 빠른 지원이 이루어지고,

사전 징후에 대해서도 신고 등이 이루어지거나, 전세 보증금 반환 지연 가능성이 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적 조치와 노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전세사기꾼들처럼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그럴싸한 말만 하고, 사전 사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임시방편만 이야기하며 넘어가려 해서는 안됩니다.


올해엔 선량하게 성실히 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집 걱정, 돈 걱정 없이 살며, 서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함께 하길 꿈 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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