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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Dec 24. 2023

사전 모의

소설 사기꾼 1-5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참고로, 이 글은 앞의 글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상상 속 100 프로 허구의 소설입니다. 특히, 글에 묘사된 나쁜 집주인, 건축주,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지금 처벌받고 있고 비난 받는 소수가 문제이고, 다수 분들은 사기 치지 않고 나쁜 짓 안 하고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86


부동산 중개인 A는 중개 보조인 B를 만나기 며칠 전세입자를 신축 빌라 앞에서 만났다.


A : 안녕하세요, 집 보러 오신 것 맞으시지요?


세입자 : 네, 맞아요.


A : 여기 건축주 분이 엄청 꼼꼼하신 분이고, 자재도 좋은 걸로 쓰셔서 정말 좋은 집이라 맘에 드실 거예요.


(진짜 그런지 모르지만, 일단 좋은 말 지르자.)


세입자 :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A : 알아보셨겠지만, 여기 지하철도 5분 거리 이고

(전력 질주로 뛰어서)

주변도 안전하고 좋아요.


세입자 : 네네


A : 안에 보시니까 어떠세요?


세입자 : 우와, 하얀 색 톤으로 깔끔하네요.


A : 신축이라 다르죠?

오래 된 집들은 좀 지저분하고 우중충 하잖아요. 전에 살던 사람이 어떻게 썼는지도 몰라서 찝찝하고.


세입자 : 맞아요.


A : 천천히 둘러보세요.


세입자 : 네에


세입자는 화장실도 보고, 보일러 등도 확인했다.


A : 어떠세요?


세입자 : 맘에 들어요.


A : 그럼 오늘 가계약금 거실래요?


세입자 :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요.


A : 여기 잘 나온 물건이라 다음에 연락 주시면 빠질 수도 있는데.

이 동네에서 이 정도 전세 물건 구하기 힘들거든요. 진짜 금방 빠져요.


세입자 : 빨리 연락 드릴께요.


A : 그래요.


그리고, 여기 건축주 분이 사람이 좋으시고 해서, 이사비하고 이자 지원비 조로 100만 원 정도 현금으로 드릴 거예요 ㅎㅎ


저도 젊으신 분이고 하니까 복비 부담 되실까 봐 20만 원 깎아 드릴게요.


세입자 : 네? 진짜요?


A : 그럼요. 좋은 분인 것 같아서 이렇게까지 해드리는 거예요.


며칠 후


A : 얘는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그 사이 A는 건축주와 협의를 마쳤다.


A : 사장님, 여기 작은 물건 있잖아요.

원래 원룸인데 칸막이 쳐서 1.5 룸이라고 내놓은 거.

2.7억에 전세 가능할 것 같아요.


건축주 C : 엥? 분양가 2.5 억에 내놓은 걸 전세로 진짜 2.7억에 받는다고?

(분양가도 깎아달라고 하면 2.4억 아님 그보다도 좀 더 내려 주려고 했는데)


A : 그렇다니까요. 제가 뭐라 그랬어요.

이렇게 들어올 애들 있다고 했잖아요.


C : 신기하네.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전에 보증금을 더 많이 받아도 해결하는 방법 있다며?


A : 2.7억에 전세계약하고 그다음 날 저희 부동산에서 제가 데리고 있는 애한테 2.4억에 매매계약으로 넘기세요.


C : 앙? 그럼 그 친구가 3천 책임진다는 거야?

아니, 3천보다 더 클 수도 있는데?

전세계약 끝날 때 집값이 올라서 전세금 높일 수 있으면야 문제 없지만, 반대로 집값 떨어지면 2.7억에 다시 세입자 못 받을 텐데.


A :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리고,

2.7 억 입금되면 2.5 억 가지시고, 2천 저한테 주시면 돼요.


C : 허, 나야 상관 없지만, 그래도 되려나 모르겠네.


A : 물건 원하는 가격에 파시고, 전세계약 포함해서 매매로 넘기면 사장님은 신경 쓰실 일 앞으로 하나도 없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C : 진짜로 문제 없는거지?


A : 하~ 사장님도 참. 문제 하나도 없다니깐요. 있어도 제가 해결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구요. 서류 맞추고 돈 왔다 갔다 정리 좀 해야 하니까 도장도 준비해 주시고 텔레 뱅킹으로 돈 바로바로 넘기게 은행에 확인도 미리 해주세요.


C : 알았어. 그런 거야 뭐.


A : 요번 건 잘 정리되면, 다른 집들도 똑같이 이렇게 넘겨요.


C : 그래, 잘 좀 부탁해.




그렇게 건축주 C와 협의를 마치고, 얼마 지나 세입자에게 연락이 왔다.


세입자 : 안녕하세요.


A : 예, 생각 좀 해보셨어요?

그 집 벌써 3명이나 더 보셔서 곧 계약될 것 같아요.

문의 전화도 계속 오고 있어요. 집이 깨끗하고 좋아서 그런지.


세입자 : 예, 저도 들어가고 싶은데, 돈도 2억 훌쩍 넘고 대출도 받아야 하는데 좀 불안해서요.


A : 뭐가 불안해요. 여긴 근저당도 없고 깨끗한 신축인데. 등기부 등본도 보셨잖아요.


세입자 : 그렇긴 한데.


A : 제가 집주인 분에게 얘기해서 500 정도는 좀 더 낮춰볼게요. 어차피 돈 맡겨 놓았다가 2년 후에 찾아가는 건데 문제 없어요.


그리고 저희 부동산 공제에서 2억까지 책임지는 거 아시죠? 제가 책임 중개로 필요하면 각서까지 써 드릴게요.


세입자 : 아이 참. 이사 들어가야 할 날짜는 다가오고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 걱정 마시라니깐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다 도와드릴께요. 저 여기서 벌써 5년 넘게 자리 잡고 있어요. 그동안 문제 하나도 없었어요.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세입자 : 알겠어요. 그럼 중개사님만 믿고 들어갈 테니까 잘 좀 부탁 드려요.


A : 그래요.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동사무소에서 딱 받아두면 아무 문제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집주인 계좌번호 알려드릴 테니까 오늘 가 계약금 넣어주시고, 금요일에 만나서 계약서 써요. 그때 계약금 넣고 잔금은 들어오실 때 넣으면 돼요.


B : 네, 알겠어요. 그렇게 할께요.


계약날 도장을 찍으러 가는 세입자는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었다.


대부분 빚으로 만든 2억이 넘는 돈을 맡기려니 당연히 그랬을거다.


‘무슨 일 있겠어? 근저당도 없고, 확정일자도 바로 받아두면 되겠지. 사람 좋은 중개사님도 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말하면 되겠지?’


사기가 판치는 세상은 이렇듯 사기꾼을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인간답게 살고, 성실히 일하고 돈 모아서 다음엔 ‘자가’로 가려는 세입자의 꿈.


그렇게 계약은 성사되었다.


세입자만 모르는, 판을 짠 사람들끼리 벌이는 돈 잔치. 그것도 결국 세입자의 돈으로 벌이는 돈 잔치가.


부동산 계약 경험도, 법 지식도 없다 보니, 허그 보증보험이니, 전세권 설정 같은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저당 때문에 그런 안전 장치를 걸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조금 싸 보이는 물건에 걸리는 안타까운 일도 많다. 심지어, 그런 안전 장치가 쓸모없어 지는 경우까지 있으니. 그래서, 공시지가 대비 몇 프로 이상으로는 전세를 줄 수 없게 법으로 만들고, 전세 사기로 걸리면 엄하게, 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처벌 관련 법과 수위를 올리자는 말까지 나오는 것 같다. 피해액이 크고, 피해자 많으니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 가계약금을 포기했더라면,

검정색 볼펜 잉크가 핏빛으로 변하진 않았을텐데.


A : 이제, B 녀석한테 물건 한번 넘겨 볼까. 이번 한 건으로 천만원 넘게 챙겼구나 ㅎㅎ 돈 벌기 참 쉽죠잉. 이 맛에 산다. 이 건 정리하고, 빨리 다음 건 잡아야겠다. 이렇게 10 건 처리하면 2억 가까이 버는 거 아니야 흐흐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아래가 1화입니다 ^^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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