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감별법
회사에서 일을 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일과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남녀노소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어렸을 때 마트에서 일을 하거나 막노동을 하면서 만난 분들도 있고,
회사를 다니며 여러 나라 변호사 등과 일을 많이 하고,
어디 회사 사장, 어느 나라 장관 이런 사람도 만나게 되니 삶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서 저에게 사기꾼 감별 일을 시키기도 하셨습니다.
주관이 강하고 중심이 서 있어서, 주변에 잘 휘둘리지 않고, 신중하게 일을 하려고 했던 모습을 좋게 봐주셨지요.
아니다 싶으면 칼같이 끊고 선을 긋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일을 회사에서 저에게 시켰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큰 회사에 다니다 보니, 정말 다양한 회사 사람들이나 개인이 저희 회사를 찾아 옵니다.
하청업체로 써달라, 이런 기회가 있는데 같이 해보자 등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 옵니다.
돈이 없어서 투자금을 받으려고 하거나, 회사 간판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들이시지요.
미리 준비된 휘황찬란한 자료들과 presentation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혹할만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없이 기본적인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연줄로 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막무가내로 막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 일단 들어 드리고, 조용히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씀은 다 하시라는 배려입니다. 다 하셨으면 이제 가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끊기도 합니다.)
"이거 받아주면 저 짤려요.
제 밥 줄 끊기는 것 책임 못 지시잖아요."
뇌물 같은 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쓰는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이야기 하면 보통 이렇게 생각하시고 돌아가십니다. 말 많이 하고 안 통했을 때 쓴 입맛을 다시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들리더군요.
'이 XX 하고는 안 되겠어. 말이 안 통해.'
속으로 욕을 하셔도 그건 본인 마음이고, 앞에 대놓고 욕하신 분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남의 회사에 와서 싸우자고 그런 말씀을 하는 분도 없겠거니와,
냉정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 그리고 키 180 정도 되는 덩치라 어떻게 해보려고 생각하시는 분도 별로 없습니다. 더군다나, 제 전공 때문에도 찝찝해서 달려드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자료를 보다 보면,
전에 성공한 사업과 실패한 사업의 예들 그리고 제가 공부한 내용과 직간접으로 경험한 것들과 비교를 해보며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열의 아홉은 사기이거나, 준비가 안된 상태이고,
그 열의 하나 정도가 진짜인데, 이걸 가려내는 것이 회사와 담당자의 역량이라 생각합니다.
다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냥 아니라고 말하면 끝이니까요.
하지만, 회사는 일이 있어야 하고, 일이 없으면 사람도 짜르고 회사 살림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일이 없을 때 좋은 기회를 잘 선별해서 일하고 돈을 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지요.
그래서, 옥석 가리기에 필요한 check list가 있습니다. 회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 있지요.
그리고 검증에 검증을 거치며, 저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절차 (procedure)와 system에 따라 유관팀의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risk를 identify 하는 등 확인의 과정을 거칩니다.
한 임원이 어떤 준비가 안된 회사를 연줄을 통해 밀어 넣으려고 했을 때도, 저는 제 손으로 이 회사와 계약 체결해야 한다는 것 저는 못하겠습니다. 하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업체의 문제점에 대해 유관팀 모두에게 cc를 (참조) 걸어서 제 의견을 남겨 두었지요. 만에 하나 이 이상한 업체와 계약을 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조치였습니다.
"이런 문제 있는 업체하고 계약하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라고 말할 때,
"이 메일 안 보셨어요? 다 돌려서 알고 있었는데 그 임원 분이 막 밀어붙여서 그렇게 된 건데요. 직원이 힘이 있나요? 결재 탈 때 회사에서 막았어야지요.“
라고 대답해 줍니다.
회사에서도 감사팀이 있고, 큰 회사의 경우 그룹 감사도 있어서 대비를 해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그 임원은 무리해서 자기 말 잘 듣는 한 직원을 시켜 결재를 올렸습니다.
그렇지만, 깐깐한 다른 임원이 결재 라인에 들어가 있었고, 가만히 내용을 보고 보고를 받고 나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런 업체하고 이렇게 계약하는 건,
증여인데."
증여를 다 아시지요? 자녀에게 돈을 그냥 주는 때에 쓰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뿜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여기 대기업이긴 하네. 제대로 된 사람이 있긴 있어.
이런 되지도 않는 걸 들고 가면, 많은 사람들이
'저 따위 업체하고 계약하고 이 많은 돈을 주겠다니, 뒷돈 받나?'
이렇게 자연스레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임원도 그런 일들이 쌓여서 연말에 집으로 갔습니다. 윗분들에게 아부하고 잘 보여서 운 좋게 임원이 되신 분이었고, 실적도 없는데 생각보다 오래 임원을 하셔서 본인 입장에선 해피 (happy)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예상도 못했다며 우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며,
"이래서 개콘 (개그콘서트)가 망하는구나."
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최근에 다시 시작했지요. 잘 보지는 않습니다. 코미디와 막장은 도처에 널려 있거든요.
제가 회사 다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글감이 여기저기 많이 있어 줍기만 하면 되거든요.
믿고 거른다는 말이 있지요?
사실 사람이나 회사의 일부분만을 보고 단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입견도 그리 좋은 것도 아니지요.
그래서, 인재나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름 오랫동안 회사와 개인적인 다른 일들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 끝이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 자체를 같이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다 알아.
내가 다 해봤어.
나만 믿어."
저도 단언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몰라서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박사라고 하면 공부 많이 해서 정말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를 많이 할수록 자신이 아는 그 부분만 그나마 잘 알고, 나머지는 잘 모르는구나를 더 깨닫게 됩니다.
공부가 안 되고, 덜한 사람들이 다 안다고 까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해봤다는 것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한 회사에서도 모든 직군의 일을 제대로 해보고 경험해서 사장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낙하산이 아니라 바닥에서 올라온 사람도 사장이 되기 위한 career path 들이 있을 뿐,
많은 일들은 그냥 하는 것 옆에서 보고, 주워 들어서 조금 알고,
자신이 잘 모르고 해 본 적이 없으니 많이 해본 사람들 쓸 줄만 알면 됩니다.
즉,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모든 것을 해보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물리적인 시간도 없구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저는,
'아~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건 없고,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경제 살리라고 대통령으로 찍은 분도,
“여러분, 이거 다 새빨간 거짓말인 거 아시죠?”
하고 만천하에 당당하게 말씀하시고,
나중에 감방에 다녀 오셨지요.
사장도 하시고 원체 대단한 분이시라고 착각하고 있어서, 평상시 사기꾼의 말이라고 생각하는 말씀을 하셔도 예외는 있다고 생각하며 믿었습니다. 결국 본인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지요.
결국 그냥 자기 믿으라고 저렇게 덮어 놓고 말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보고, 공인된 서류로 확인해도 속기 쉽상입니다.
혼자 보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도 cross chck를 함께 지속적으로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하는 이유지요.
그러면서 신뢰를 점진적으로 쌓아 가는 것이지.
단순히 잘한다는 말만 믿고, 사람 좋아 보인다로, 명품으로 휘감고 좋은 차를 몰고 다닌다고,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사업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큰 돈을 들이는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급하게 결정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
시간에 쫓겨 잘못된 결정을 해서 큰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자신이 다 알고 경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라고 말하는 것 외에 또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이성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처음 본 저에게,
형님, 아우
형제님, 자매님
가족 같은 의형제
이런 말을 하면 됐다고 천천히 말씀 나누자고 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말씀 낮추세요. 내지는 말 편하게 할께.
그런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어르신들께 아버님, 어머님 하는 것도, 예의를 갖추려고 혹은 원래 성격이 좋아서 그리 부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친근감을 가장해서 사기 등 목적을 위해 말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주의해야겠지요.
수리남이라는 영화에서도 사기꾼 목사 역할을 했던 황정민 님이,
"아이고, 우리 형제님"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
그러다 정체가 발각되고, 갈등이 커지면 갑자기 쌍욕이 나오는 것. 영화에서만 나오는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칠친주와 같이 7초 만에 취해서 친해진다는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그 분이 사람이 좋아서,
그리고 제가 좋은 사람이어서,
처음 보고 형제니 뭐니 그런 말이 나오겠습니까?
사람 좋은 분, 사람 좋아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냥 사적인 관계에선 그러려니 할 수 있으나, 회사 일이나 돈이 들어가는 일에선 이런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진짜 좋은 사람도 간혹 있지만,
보통 이런 말로 시작한 관계가 나중에 사기, 배임, 횡령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문제가 되어 걸리면 운 좋으면 벌금, 집행유예고, 잘못되면 감옥에 가야 합니다.
10억 벌고 감옥 1년 다녀올래?
라는 말에 혹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하는데,
100억 줘도 감옥에는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저로선 당연히 거부감을 갖고 있지요.
그렇다면 1000억을 주면 흔들리지 않냐구요? 겪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제가 상대방이 그 정도 돈을 주고 뭔가를 얻어내려는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앞으로도 없을 일 같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뇌물 사건들의 액수를 보시면 제 말에 대해 아실 것입니다.
인허가, 승진, 처벌 안 받게 하는 돈은 보통,
몇십만 원, 몇백, 몇천만 원 잘해야 몇억 수준입니다.
50억 클럽 정도 되려고 해도 청와대 민정수석 정도는 해야 하는데, 평범한 회사원에게 그럴 일은 없지요.
어느 마음씨 좋은 사람은 잘 챙겨주고, 고민도 들어주고 다 좋습니다.
그런데, 사기꾼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단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돈' 이지요.
투자를 하면 몇 배, 몇십 배로 불려주겠다.
사업을 할 건데 대박 날 테니 얼마만 빌려달라.
언제까지 이자까지 쳐서 갚겠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검증해 보면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큰 돈 벌 수 있고 재미 볼 수 있는데 자기가 하지 왜 나를 끌고 가나?'
전 직장 동료라서, 형 동생 사이라서 등등
다 좋은데, 그 말만 믿고 투자를 하시거나 돈을 맡기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큰 돈일수록 확인에, 확인을 하시고, 믿을만한 복수의 제3자들과 교차 검증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왜 형법에서 사기죄가 금전을 목적으로 하는 죄라고 적혀 있는지 이 정도만 말씀 드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내 주변의 돈을 노리기도 합니다. 나에게는 잘해주고 전혀 그런 사람 아니다 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지요.
두 번째는 '일'을 시킵니다.
자료를 달라고 해서 빼냅니다.
돈을 뺏으려 하는데 상대방이 돈이 없으면 일을 시킵니다.
그래서, 돈을 벌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앵벌이도 시키고, 성인들은 공장이나 논에서 일을 하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일한 만큼 돈을 절대로 주지 않고,
쥐꼬리 만큼 주면서, 밥도 잘 챙겨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소를 제공한다고 해도 여러 사람이 비좁은 곳에서 기거하게 할 것입니다.
그런 비용을 아껴야 일 시켜서 번 돈을 아낄 수 있을 테니까요.
세 번째는 주로 여성에게 해당되는 것인데,
'성 상납' 같은 것입니다.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
인데, 남자는 몸으로 하는 일,
여성은 밥을 하는 일 같은 걸 시키고,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 단체나 심지어 축구 감독 등도 그런 짓을 했던 것이,
뉴스나 판례에 차고 넘치니 길게 말씀 드리진 않겠습니다.
감언이설에 속지 마시고,
아니다 싶을 때가 있으면,
혼자 생각하고, 고립되어 세뇌 당하지 말고,
믿을만한 복수의 사람들과 충분히 터 놓고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쉽게 믿지 마시고, 검증에 검증을 오랫동안 계속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 확인했다고 덥석 믿는 것처럼 바보 같은 행동은 없습니다.
"날 의심하는 거야?"
"그렇게 의심 많아서 어떻게 살아?"
이 말도 사기꾼들이,
자기들 말로 (사기) 그릇 돌리면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믿기 위해서 그러는거다 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그것에 거부감을 계속 갖는다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곤 하더군요.
"빨리 도망가세요."
저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돈 털리고 못 돌려 받고,
죽어라 일하고 일만큼 돈 못 받고,
몹쓸 짓을 강제로 당하거나,
괜찮으니 이거 좋은 거라며 같이 마약 하자고 해서 했다가 감옥 가고 중독되어 인생이 망가진 경우를 더러 봅니다.
회사 일과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나름 오랫동안 여러 경험을 하고,
동시에 전공 때문에 좋지 않은 사례도 누구보다 많이 본 사람의 조언이니 잘 참조하시고,
억울한 일 당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선량하고 좋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기꾼, 나쁜 사람을 운 없게 만나면 정말 좋지 않은 일을 겪을 수 있거든요. 사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위해 한 줄 적어 봅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