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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Dec 31. 2023

안경을 벗고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TV에, 넷플릭스에, 유튜브에...


제 정신을 빼앗아 놓으려 하는,

소위 contents 들이 참 많습니다.


듣기 좋은 노래.

감각적인 영상.

자극적인 내용.


멋진 남자, 예쁜 여자들이,

이 제품을 써 보라.

이 서비스 한번 받아보라고


이를 갈고 나와서,

자신이 받은 돈의 가치를 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음에 날 또 써달라고.


그래서, TV를 끄고,

휴대폰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걷다,

한참 동안 풍경을 바라 보았지요.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고 싶어서 휴대폰을 들고 싶을 것 같아, 노트 한 권과 볼펜을 준비했습니다.


생각나는 것들을 한 자 한 자 적었지요.

그러면서 잡념을 내려 놓았습니다.


도심 속 많은 사람들 사이에 치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숨 막히는 출퇴근 길 지하철과 버스에서 탈출하듯 빠져 나와, 모두와 같은 방향으로 걷기도 합니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본 소 떼 같았지요.

그 중 한 마리가 저였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불안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한적한 곳에 있으니 저를 만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

어차피 불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외롭다는 것도 결국 자연스러운 것.


그게 싫다고,


저도 사람 많은 곳으로 가서 부대끼고,

추운데 맛집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스타에 사진 올려서 좋아요 받으려고 말이지요.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면 불안해서인지,

회사든 커뮤니티든 가보려 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TV 속, 라디오 속

휴대폰 속 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은 인간 (人間) 이라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맞지만,


왜 산골에 혼자 사는 ‘자연인’이 인기일까요?


사람 사이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좁은 땅에 천만, 2천만이 모여 사는,

과잉이 아닐까요?


다소 과장된 상상일지 모르지만,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무실 그리고 식당 마저 닭장 같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저를 보면,

양계장 비좁은 닭장 속 닭들이 생각납니다.


그런 곳에 오래 살다 보니 그게 당연한 듯 싶지만,

어느 순간 평생 성냥값 같은 아파트 한채 사려고 아등바등 그렇게 눈치 보고, 층간 소음에 싸우고,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살았나.


안 맞는 사람들과도 억지로 맞춰가며 버텼나.

50년 동안 은행 빚 갚고, 그 분들 성과급 잔치에 도움 주려고 말이지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고통 받지만,

약으로 버티고 버티며,

월급이라는 마약에 젖어 살아가다,


큰 병을 얻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까지 보고 듣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 회사 (會社) 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이 사회에 (社會) 있는 일일 테지요.

다,

모일 사, 모일 회

같은 뜻이니까요.


같이 모여서 밥 먹고, 대화하고, 공 차는 것도 좋지만,

혼자 명상하고, 멍 때리고,

운동하면 힘들어서 아무 생각 안 나게 하라는지 이해가 됩니다.


저도 십수 년을 방학도 없이 일하고,

치이며 지치다 보니, 번 아웃 (burn out) 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


번 아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한 분이 강연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단 쉬시라.


휴가 쓰는 것 아깝다고 주구장창 회사만 나오지 말고 며칠 다 내려 놓고 쉬어라.


잠시라도 뭔가 하고 있지 않다고 불안해 하지 말고, 잠시 내려 놓으라.


그런다고 인생 안 망가지고,

세상 안 무너진다고.


달리는 자전거

잠시 쉬면 넘어진다는 것도

그렇게 해야 할 때 쉼 없이 마음껏 달려 보라는 것이지.


잠시 멈추고 가뿐 숨을 고르고,

힘차게 다시 페달을 밟는다고,

자전거가 부서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지쳐서 어쩔 수 없이 달릴 때보다,

한결 기분도 좋고, 잘 달릴 수 있지요.


그리고, 충분히 잠을 주무시라.


정말 일 때문에 매일 매일 늦게까지 야근해서 잠 잘 시간이 없는 거냐?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그래야 하나 해서 하는 것은 없나?


불안해서 뭔가 하다 보니 잠잘 시간을 놓치고,


TV 보다, 휴대폰 보다 자니 깊이 자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안경도, 휴대폰도, 잡념도,

다 내려놓고 그냥 충분히 푹 주무시라.


시험 전날 불안해서 잠 안 자고 벼락치기 하다 더 망하는 거라고.


복잡한 서울을 떠나, 한적한 지방 시골에서,

연휴를 즐기며 책을 보다 오랜만에 낮잠을 푹 잤습니다.

시간과 일에 쫓겨 살던 머리가 비워지고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발 좀 놀라고

하시더군요.


해야 할 일이 아닌,

그냥 자기가 하고 있으면 재미있는 일(?)

아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남들 다 하니까 따라 하는 컴퓨터 게임, 골프 그런 것 말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화장 잔뜩 하고,

돈 받고 입에 침이 마르게 추천하는 그런 것 말고.


남들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하면 즐거운 걸 하며 놀라고.


조금 논다고 세상 무너지는 것 아니니까.


스트레스를 풀려고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진 마세요.

그건 노는 게 아니니까요.


놀러 가서 복장만 관광객이고, 마치 일처럼 타이트하게 짜여진 일정에 매어서 다녀서 지치는 게 노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성격상 너무 좋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하게 그러지 마세요.


살면서 하루 3시간만 자고, 미쳐서 뭔가 평생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리 하면 됩니다.


번 아웃도 오지 않고, 그게 좋으면 그리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24 시간 365일 돌리는 기계와 공장도, 잠시 멈추고 정비도 하고, 소모품도 갈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지요.


하물며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도록 오랜 세월 적응되어 있는 인간은 오죽하겠습니까?


농경 시대 농부들도 겨울엔 쉬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 재미 있어서 자는 시간도 아깝고,

그렇게 살아도 몸 건강, 정신 건강에 지장이 없다면, 그리 살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할 때 하고, 쉴 때 쉬었으면 합니다.


열심히 몰두해서 할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그 열 내는 열심 (熱心)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요.

자기 정신과 몸까지 말이지요.


등산을 할 때도,

힘들 때 잠시 쉬며 숨도 돌리고, 물도 마셔야 정상까지 갈 수 있고, 다음 산도 탈 수 있습니다.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미친 듯이 쉬지 않고 산을 타면 사고 납니다. 아니면 진절머리 치며 앞으로 산을 가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잠시 쉬며 함께 한 사람과 담소도 나누고,

혼자라면 풍경도 보며 마음도 비우는 것이 산을

타는 재미입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언제까지 정상까지 주파.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힘들기만 한 산행.

마음만 앞서서 무리하는 산행은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리 인생처럼 말이지요.


잠시 내려 놓아도 좋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의 첫날을 여유롭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한 해 동안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내년에도 함께 하는, 편안한 휴식같은 글 친구가 되어주세요.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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