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77
전에 ‘나는 솔로’ 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글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모태 솔로 특집에서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조급한 모습이 안타까워 보여서 한 이야기였지요.
바쁘게 살다 보니 한동안 이 프로그램을 잘 못 보다가, 간만에 멍 때리며 17기 최종 선택을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인이 방송에 나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출연료가 100만 원이라고 들었는데요. 그 돈으로 보통 5박 6일 동안 있으면서 식사하고 데이트 비용으로 쓰고, 더군다나 방송에도 나오고, 이성 분에게 잘 보이려고 옷도 사 입고 신발 사는 등등 하면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어서 경제적 보상이 목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짝짓기 프로그램처럼 쇼핑몰 홍보나 연예인 활동을 시작하거나 더 잘하려는 목적이, 솔로나라에선 조금 덜한 것 같구요. 즉, 좋은 사람을 만나 진짜 연애와 결혼을 하려는 것이 큰 것 같습니다. 같은 기수 분들과 잘 안 되더라도, 다른 기수 분들과 모임도 있으신 것 같고, 방송 출연을 계기로 인스타 등을 통해 만남의 기회를 갖기도 하구요.
그래서, 지난 방송을 보고 나름의 준비를 해오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 준비를 바탕으로 프로그램과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알고, 진정성을 담은 손 편지를 위한 편지지를 준비해 오기도 하구요.
이번에 증권사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나오셨는데, Y 대를 나오셨다고 하는 분이 그렇게 준비도 해오고, 분석도 하는 등 하는 일답게 철저한 면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끝까지 봐야 한다고, 철저한 준비와 분석에 비해, 현실 인식은 안타까웠지요.
여성 출연자 분들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며, 어떤 분에게는 ‘0 고백 1 차임’을 선사하며 황당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옛말에 떡 줄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 드링킹을 넘어, 적극적으로 그 떡 먹을 생각 없다고 손사래 치는 형국이지요.
줄 마음도 없는데, 그 마음 못 받아줘서 미안하다고 선수 치는 남자의 말을 듣는 여자의 머릿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착각하는 모습을 보며 방송이라 좋게 좋게 말은 했겠지만, 속으로 ‘음, 상태가 안 좋군.’ 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까진 좋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생각을 너무 넘겨 짚고,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간호사 분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분이 (영수)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그 남자 분이 흑염소 진액 사업을 하는 옥순님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어 안타까움을 갖게 했습니다.
그 남자 분이 플러팅을 여기 저기 하는 스타일이라 오해의 여지가 있었지만, 너무 혼자 넘겨 짚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었지요.
주위에서 다들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고, 자신도 어린 나이와 자기 관리로 자신감이 있어 지레 나구나 하고 생각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주변의 말과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직접 듣고 확인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고대 연구 교수라는 여성분도 (영숙) 요가를 하셔서 몸매도 좋고 외모도 예쁜 분이셨는데, 영수의 플러팅에 잘 되어가는 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옥순에게 향해 있었지요.
영수는 전날 밤 그렇게 원치 않던 거절을 옥순에게서 당하고도, 불나방을 떠올렸다며 최종 선택에서 옥순을 선택했습니다. 옥순은 최종 선택을 하지 않았는데, 영숙이 불나방 영수를 최종 선택했지요.
영수와 산책을 하며 시냇가 데이트를 했을 때 영숙의 밝은 모습이 행복해 보였는데 아쉬웠습니다. 영수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걸 알고, 생각도 비슷한 점이 있지만, 여성으로 끌리지 않는다고 말했지요. 참, 사람의 마음이란. 저렇게 좋은 사람이 자기를 좋다고 하는데도 어쩌겠습니까? 본인이 연인으로는 싫다는데.
위에서 말씀 드린 영철님 말고 다른 증권사 분은 (영식) 또 다른 형태의 착각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키도 크고 하얀 얼굴에, 여성 출연자 분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해 오고, 데이트 준비도 잘하며 섬세함으로도 호감을 산 분이었지요.
아웃도어 액티비티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마케팅 총괄 이사를 하고 있다는,
(기네요. 마치 유럽 등의 귀족이나 왕족의 긴 이름 같은 ㅎ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직업인 ‘의사’는 두 글자로 끝인데요.)
순자와 잘 되어 가며 거의 정해지는 수순을 밟아 가나 했습니다. 그렇게 한 여자만 보며, 다른 여성분들이 데이트 하고 싶어 하는 인기남이었는데도 다른 기회들을 잃어 버렸지요.
한 명만 바라보며 끝까지 가면 좋았는데, 순자가 자신을 맥이는 (?) 남자가 좋다며 의사인 광수를 선택하며 졸지에 ‘보험’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순자가 나이 차이가 10살 나는 남자를 더 좋다고 하는 걸 보면 의사 사모님을 꿈꿔서 그렇다고도 하시더군요.
아무튼, 본인이 인정하는 대로 X촉이 되어 버렸고, 노잼 미남으로 등극하고 말았습니다. 틀어진 후에도 영식은 순자를 찾아가서 대화를 시도했으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하는 순자를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 친구에게 너무 올인했고,
자신에게 있는 많은 좋은 기회들을 잘 알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여기저기 찔러 보는 건 안 좋지만, 이 솔로 나라의 특성상 다른 분들과 대화라도 좀 더 해보았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연상녀는 싫다더니,
나중에 회계사 누나에게 (현숙) 단단히 꽂혀 버린 의사 영호.
직업도 좋고 딱 봐도 착한 친구였는데, 노래를 부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건 알겠고, 진심을 표현한다고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노래방에서 친구들하고 부르는 거지, 고백할 때는 듣는 사람이 듣기 좋고 편해야 하지요.
처음엔 자신을 위해 노래를 연습하고 불러주며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고마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곡씩 불러 제끼면, ‘이 인간 왜 이러나’ 에서 자칫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너 노래 잘한다’ 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서, 실상은 잘 부르지도 못하는데 스스로 도취되어 듣기 좋지도 않은 노래를 계속 부르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요.
그러고 정작 데이트할 때는 대화도 별로 없고, 재미도 없었는데, 그런 정적과 조용함을 좋아하는 여성이면 좋습니다. 하지만, 현숙님 같은 경우는 대화도 중요하고 노래 부를 때 보면 흥도 있으며 춤도 추고, 광고회사 직원인 상철과 있을 때 보면 재미있는 걸 보며 웃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요.
즉, 마음만 앞서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정작 좋아하는 걸 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이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사랑한다고 백날 말만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고, 원하는 걸 해줘야 하겠지요.
그리고, 요즘 소설 사기꾼을 연재하다 보니 생각이 난 것인데, 착하고 자기 감정에 충실한 의사 영호 같은 친구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예쁘고 착해 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노래를 다 들어주고, 하자는 대로 다 맞춰주며 사랑한다고 할 때, 진심으로 서로 마음이 맞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좋은 분들이 많지만, 소수의 나쁜 분들은 목적을 숨긴 채 다 맞춰주는 척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착한 분에게 부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반대로, 착한 여성분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로맨스 스캠이라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은 남녀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최근 난리였던 전청조 사건을 떠올려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겁니다.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군요.
영호가 자신에게 연상녀는 아니라던 생각도 깨트린 현숙.
영호가 자신의 생각마저 깰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어필했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재미있으면서도 인상 좋고, 배려심 많은 남자 상철에게 빠진 상황이었지요.
누나가 셋이라는 차마 말하기도 조심스러웠던 극악의 조건을 이겨내고,
웃는 인상부터 챙겨주고 배려심 넘치는 자상함에 현숙님도 반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최종 선택 전에 인터뷰를 한다고 속아서 나온 상철에게 현숙은 깜짝 선물이라며 꽃을 주고 한번 더 마음을 표현했지요.
당사자도 아닌데 보는 저 또한 울컥하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이 통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지요.
거기다 상철은 현숙이 입고 있는 옷도 기억하고, 귀걸이까지 기억해 주며 그녀를 좋아하고 지켜보고 있으며 사소한 것도 기억한다는 걸 보여주었지요.
이번 회의 유일한 커플답게 마지막 구호도 참 좋았습니다.
원래,
“나는 솔로”
하며 프로그램 이름을 함께 외치며 인사를 하며 끝내는데, 센스 있게 이렇게 외치더군요.
“나는 솔로~ 탈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연말엔 좋은 분들과 함께, 배려하는 따뜻한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