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B조 예선
축구 종주국이자 전 세계 최정상급 프로리그 (EPL)를 가진 잉글랜드는,
이제 자신들이 어떤 팀이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잉글랜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화려한 선수 구성을 갖췄지만, 최근 월드컵에서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직전 대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갔지만, 결승전에 올라간 것은 1966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 정도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주로 8강 정도의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사우스 게이트 감독은 자신의 조국이 왜 대단한 전력을 갖고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연봉과 명성에 취해 겉멋에, 팀 협력이 잘 안 되다 보니 끈끈한 플레이가 약했는데, 이 점을 보완하고 실리 축구를 추구해서 이번 대회 기대감을 갖게 했다.
조별 리그를 통과해서 16강에서 네덜란드와 빅게임을 해서 이기고 올라가고, 8강에서 아르헨티나나 프랑스와 만나 또 한 번 빅게임을 펼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 대회도 8강 통과가 쉽지 않겠지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공격진이다.
전 대회 득점왕인 토트넘의 손흥민 친구 해리 케인은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으나, 공을 어찌나 잘 밀어주는지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우리의 손흥민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될 수 있도록 했던, 둘의 합작골이 연상될 정도였다.
사실 난 한때 케인을 잘 알지 못했고, 토트넘은 잘하는 팀이긴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최상위 팀 중에서는 아무래도 1, 2위를 다투는 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맨체스터 시티, 맨유, 리버풀 그리고 아스날보다는 관심을 적게 갖는 팀이었다.
그런데, 월드컵과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험이 있는 이 대단한 선수는 자신이 골을 넣고, 다 해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주변의 능력 있는 친구들을 살려서 팀 축구를 해야 하고, 그래야 최강 팀과의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아는 것 같았다.
에이스가 혼자서 원맨쇼를 펼쳐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지만, 축구가 팀이 기본이고 월드컵 우승까지 가려면 자신이 활약하지 못할 때 동료들이 골을 넣어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케인이 반칙을 당해 부상 위험이 보였을 때 긴장해하는 잉글랜드 벤치의 모습을 보며,
우리 대한민국의 손흥민이 최근 부상을 당해서 월드컵에 출전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했을 때와 비교되었고,
이 친구가 부상을 당해 경기에 못 나오면 이 팀이 최상위 성적을 거두는 데에는 큰 문제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케인 외에도, 발 빠르고 영리한 스털링, 맨유의 공격수 래쉬포드 등을 보면서, 이 팀이 공격진 면에서 이번 월드컵 상위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드필더 진은 다른 최상위 팀들에 비해 전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골을 넣은 신예 벨링햄과 사카의 재능이 보였고,
라이스와 마운트를 보면서는, 상대 공은 잘 빼앗고 자기 공은 잘 뺏기지 않으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지극히 단순한 승리 공식이 잘 적용된 팀으로 보였다.
(싸게 사서 가치를 부여해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번다는 진리와 같이)
수비진은 큰 점수 격차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며,
포르투갈 리그 득점왕 경력이 있는 FC 포르투의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에게 2골을 허용했다.
매과이어나 다이어 등이 잘 하긴 했지만, 예전에 존 테리나 퍼디난드가 그리운 걸 보니 최상팀과 비교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침대 축구의 대명사로 아시아 예선에서 냅다 누워 버려 우리에게도 미움을 샀던 이란이지만,
막상 같은 아시아 친구들이 잉글랜드에게 너무 당하니까 안타깝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오늘은 얼마 전 방한했던 네옴 시티를 꿈꾸는 빈 살만의 사우디가,
메시가 마지막 월드컵으로 이번 대회 우승을 벼르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예정인데, 선전하길 기대해본다.
(사우디도 출장 갈 때 비자받는 데에만 100만 원 넘게 들고, 입국 심사받으면서 불친절하고 오래 기다리게 해서 밉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