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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25. 2022

대한민국 vs 우루과이 0:0

2022 월드컵 예선 H조 -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몇 번의 좋은 찬스도 있었다.


전반 35분경 황의조가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린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그때 그 정도의 기회는 앞으로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 30분경 이강인과 조규성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벤투 감독이 수비를 강화해서 0:0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다 한번 해보자 하는 의지가 읽혔다.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뛰고 있는 발베르데가 이강인을 막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골 안 먹게 수비 잘 되고 있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하는 골은 나오지 않았다.


루이스 수아레즈나 누네즈가 잘 안 풀리네 하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하는 걸 보고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 우리가 3승으로 16강에 올라가 면 제일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가장 현실적인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1승 2무를 해서 올라가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2강 (포르투갈, 우루과이)가 있는 조에서 분명 이들과 비기고 가나에게 이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물론, 일본이나 사우디처럼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면 좋겠지만, 그건 확률적으로도 매우 낮다.

(그래서 일본, 특히, 사우디 승리에 배팅한 사람이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면서 골이 안 나고 비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첫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양 팀이 서로의 분석을 너무 잘했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 전담 수비가 붙었다.

너무 세게 막다 축구화가 벗겨질 정도였고 엘로 카드 경고를 받았다. 감독의 지시와 선수의 막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역습에 대비해서 라인을 잘 올리지 않았다.


‘저 친구 날아다니면 빨라서 못 잡을 수 있고 결정력 높아서 골대 앞에서 슛 못 날리게 해야 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한 거 알고 있지? 원천 봉쇄하고 기 못 펴게 확실하게 눌러야 해.‘

아마도 이런 말 비슷하게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도 발베르데가 빌드업이나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하도록 전담 마크맨이 붙었고, 이 친구가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여러 명이 에워쌌다.


그럼에도 슛을 날려서 골대를 맞혔다. 베테랑 수비수 고딘의 헤딩도 골대를 맞혔는데, 정말 ‘골대가 열일했다’라는 표현이 들어맞았다.


손흥민이나 발베르데 모두 자신을 주변에서 견제하는 여러 선수의 눈빛과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을 거다.


집중 마크와 견제 시에는 그것을 개인 역량으로 돌파하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틈타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잘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런 장면으로 결정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흐름상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일 때도 있었지만 수비적인 모습이 많았다. 전방 압박보다는 하프라인 뒤로 라인을 정돈하고 좁히며 상대방이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게 하고, 역습 기회를 엿보는 전술.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나오는 전술을 썼다.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런 전술을 아주 잘 썼고, 손흥민이 수비 위치에 있는 모습도 그런 전술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우루과이가 강력하게 밀어붙일 때는 어쩔 수 없이 수비 보완을 위해 그럴 때도 있었지만.


하지만 이런 전술도 수비 조직력과 역량이 없으면 강팀을 상대로 버텨낼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지만 역시 괴물 수비수 김민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네스를 잘 막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는데, 순간 뚫릴 뻔했을 때 두 명의 공격수를 거의 혼자서 따라붙으며 막았던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누네스를 따라붙다가 넘어지며 부상을 당했는데도 자신이 나가면 수비 조직력이 많이 내려간다는 걸 알기에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끝까지 뛰었다.


김민재가 넘어져서 부상당했을 때 아마 많은 사람들이 ‘큰일 났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김민재의 모습을 보며 감동적인 책임감과 의지를 느꼈을 거고, 우리 대표 선수들이 다 저런 마음가짐이구나 하는 게 보였다.


전북의 김문환 선수도 인상적이었는데 공격 가담도 대단했지만, 수비에서 맨유의 펠리스트리의 측면 돌파를 막는 모습이 많이 인상적이었다.

만일 측면에서 뚫려서 누네스나 카바니 같은 친구들에게 걸렸으면 얄짤 없었을거다.


2002 월드컵 당시 송중국이나 이영표를 연상시켰다. 우리나라가 16강 이상 진출하면 재평가받으며 유럽 진출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심이 파울을 너무 안 불어서 좀 이상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도, 주심이 분명한 파울은 불어줬으면 우리에게 흐름이 올 수도 있는 부분 등이 있어서 포르투갈 사나이답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다 옐로 카드를 받기도 했다. 우리 선수의 파울성 플레이도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넘어가는 모습도 있는 것 같아 웬만한 건 안 부는 성향인가 보다 하고 말았다.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의 미드필드 진도, 우루과이의 발베르데, 벤탕쿠르 (토트넘 손흥민 동료)의 이름값에는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경기 내용 면에서는 거의 대등한 중원 싸움을 했다고 본다.


포르투갈은 예상대로 가나를 3-2로 제압했다.

우리가 1승의 재물로 생각하고 있는 가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지면 예선 탈락이 거의 확정되는 것이니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것이다.


가나가 아프리카 선수들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흐름을 타지 못하게 해서 답답하게 만들고,

황희찬이 부상에서 회복해서 예전의 코뿔소 같은 무서운 돌파를 하고, 손흥민이 골을 넣어줬으면 한다.


황의조도 거의 반 골을 놓쳐서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니 결정적일 때 극적인 골을 넣어줬으면 하고, 조규성도 K 리그 득점왕다운 면모를 보여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가 가나를 잡고, 포르투갈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2승을 확정. 포르투갈이 부상 우려 및 16강 준비를 위해 우리와의 3차전에서는 주전을 대거 빼고 살살해서 우리와 무승부를 기록. 계획대로 16강에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


아차, 그러면 16강 전에서 어제 세르비아를 2-0으로 누른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높나?


그럼 포르투갈을 이겨서 조 1위가 되는 이변을 만들어 내야 겠다.


치맥 하며 경기 보려고 8시쯤 주문을 하려고 치킨집들에 연락을 했는데 주문이 밀려서 10시 반 이후에나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못 먹었다.

월요일 가나 전을 위해선 더 일찍 치킨을 시키던지 해야겠다. K 치킨 파이팅!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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