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조별 예선 B조 2차전 - 웨일스 v 이란 0:2
이란이 이겼다.
잉글랜드에게 대패하며 저 팀은 이제 끝이겠구나 했는데, 가레스 베일의 웨일스를 잡으면서 1승 1패가 되었다.
웨일스도 1차전에서 미국과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에 승리가 필요했지만, 이번 패배로 1 무 1패가 되어 16강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사실 이 경기는 우리 대한민국의 경기도 아니고, 강팀이 나오는 빅 경기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가는 경기는 아니었다.
승리 가능성이 높은 팀은 가레스 베일과 람지 등 좋은 선수들이 있는 웨일스가 좀 더 유리해 보였다. 또한, 이란은 잉글랜드에게 대패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전반적으로 그리 재미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야구는 홈런이나 적시타가 한 번씩 터져줘야 재미있는 것처럼, 축구도 골이 들어가야 보는 맛이 있다. 그런데 두 팀 모두 공격력이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같지 않고, 상대 분석에 따른 수비 전략은 강해서 0-0으로 재미없게 끝나나 싶었다.
그런데, 유명한 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처럼 후반 막판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웨일스 골키퍼가 후반 40분 이란의 공격수 타레미를 막다가 VAR 비디오 판독 끝에 퇴장당하면서 11명 대 10명의 싸움이 되었고, 불안 불안하다 후반 추가시간 (그 추가 시간 안에서도 말미에) 이란 루즈베흐 체시미가 중거리 슛으로 골을 터뜨려 버렸다.
이 친구는 수비수인데 어디다 이런 강력하고 정확도 높은 슛을 숨겨 두었나 싶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이민성 선수라고 수비수였는데 일본을 상대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어 역전승한 강렬한 기억이 떠올랐다. 후지산을 무너뜨렸던.
망연자실한 웨일스 선수들. 그리고 넋이 나가기도 하고 우는 사람들도 보이는 웨일스 팬들. 초반에 신나서 응원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일격을 당한 웨일스 선수들은 남은 시간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려고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되려 이것이 독이 되어 이란의 역습을 허용했고, 라민 레자에이안에게 한골 더 허용했다. 이 친구도 수비수.
단순히 운이라고 보기 보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잃지 않은 승리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시작하고 5 ~ 10분 그리고 끝나기 5 ~ 10분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시작할 때는 들뜬 기분으로 몸이 풀리기 전이라 일격을 당할 수 있고, 끝나기 전에는 이미 경기를 오래 뛰어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제 다 끝나가네 하며 마음을 놓아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방심은 필패다.
첫 경기에서 그렇게 참패를 하면 의기소침, 이번 대회는 글렀어하며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 크게 한번 질 수 있다. 그런 일 한 번쯤 있을 수 있어. 그렇다고 한 경기 치르고 포기할 거야?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하자. 우리를 응원해주는 국민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이런 마음이 이 페르시아 용사들 모두의 마음속에 한 뜻으로 모아져 있었기 때문에, 견제를 당했던 공격수 타레미와 아즈문이 아닌 수비수들이 골을 넣은 것 아닌다 싶다.
동시에 중동 강국으로 경쟁하는 사우디가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역전승한 모습을 보며,
“저 친구들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기자.”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너무 꿈보다 해몽이 좋나?
축구는 인생이라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막판 드라마를 목도한다.
분명히 능력이 있는데 윗분들에게 사근사근 아부하고 이런 걸 잘 못하던 부장님이 계셨다. 말만 하고 일은 잘 안 하시는 몇몇 동년배 분들과 대비되었다. 성실히 자기 일 직접 하시고 후배들 일도 챙겨주시면서 가르쳐주시는데 내공이 있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도, 일은 잘하지 않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시던 분들이 팀장을 하시고 더 올라갈 때도, 이 분은 팀장도 못하시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셨다. 분명 능력 면에서 더 잘하시고 인성도 좋아서 팀원들을 잘 이끄실 분이었는데 아쉬웠다.
그리다 정년 퇴임이 몇 해 남지 않은 시점에 팀장이 되셨다. 요즘은 시대도 그렇고 오너나 CEO가 젊다 보니 젊은 팀장이나 임원이 많이 나오는데, 예전엔 팀장이 되려면 나이 50은 되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팀장이 되셔서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하는데 대단했다. 팀원들이 어느 팀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자율적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고, 좋은 리더가 챙겨주고 가르쳐주니 팀 성과도 눈에 띄었다.
일 안 하고 말만 잘하고 아부해서 자리 차지한 리더가 있는 팀은,
또 그렇게 아부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 평가를 좋게 주니, 역량 있는 사람들이 자괴감을 느껴, 어차피 열심히 해도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일이 안된다.
결국 일 못하는 사람이 일을 하다 그르치고 그 리더는 제대로 일을 해보지 않아서 일을 수습할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려 본인이 살려고 면피하고 책을 뒤집어 씌우는 일을 많이 보게 된다. 윗분들에게 아부하고 잘 보이려고 해도 성과와 팀 분위기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니 언젠가 불거지게 된다.
결국 만개하신 그분은 ‘대기만성’이라는 격언에 맞게 임원으로 승진하셨고, 그 이후에도 더 역량을 발휘하셔서 더 고위직으로 올라가 활약하시다 아름답게 퇴임하셨다. 더 올라갈수록 역량을 발휘하는 분이셨던 거다.
그분이 만일 ‘더러운 세상’ 하면서 일도 제대로 안 하고 포기하고 못해먹겠다고 퇴사하셨으면 어땠을까? 본인도 영예로운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셨을 거고 회사도 성과와 발전을 놓쳤을 거다.
그래도 세상은 공평한 것이, 능력은 부족한데 아부로 일찍 팀장, 임원이 되신 분들은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업무 관리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없어 실적도 없이 겨우겨우 버티다 일찍 보직에서 해임되는 경우도 많다. 사필귀정.
이번 웨일스와 이란 전을 보며 성실하게 훈련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이란은 다음 마지막 3차전 경기에서 미국을 만난다.
미국은 2차전에서 잉글랜드와 비겨 2무로 이란전 승리를 원할 것이다.
이란과 미국은 축구 대결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핵 문제와 경제 제재 등으로 대립하고 있어, 국가 간 감정이 좋지 않다.
축구 전쟁이라고 불리며, 축구가 실제 군사 전쟁 발생을 낮춰준다는 말까지 있고, 축구 선수를 나라를 대표하는 전사라고까지 표현한다. 한일전을 떠올려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승리 아니면 패배가 아니라, 승리 아니면 순교라는 살벌한 말까지 있다는 이란의 미국전 또한 기대된다
(사진 출처 :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