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E조 예선 - 일본도 일 냈다
이 정도면 아시아 팀의 역전승 드라마가 트렌드라고 해도 되겠다.
다가오는 우루과이 전에서 우리도 그렇게 해서라도 승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맘은 졸이더라도 얼마나 기쁘겠나.
직전 대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일격을 당해 망연자실 예선 탈락했던 독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었던 이 팀은 이번에는 완전히 벼르고 월드컵에 임했을 것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잘 안 풀려도 피파랭킹 11위인 이 팀은, 공격진에 월드컵 득점왕 경력의 토마스 뮐러와 그나브리가 버티고, 미드필드에 키미히와 귄도안이 치열한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전반 32분 독일의 공격에 당황한 곤다 슈이치 골키퍼의 반칙으로 얻어낸 PK를 귄도안이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더 잡아갔다.
일본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와 빠른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키 크고 덩치 큰 포백과 전 세계 top tier 골키퍼 중 한 명인 노이어까지 안정감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도 전 대회 16강 진출팀.
해외파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이 팀도 만만치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본으로 흐름이 넘어온 결정적인 장면은 자신의 실수로 PK 골을 준 곤다 골키퍼가, 독일의 파상공세에 결정적인 슛들을 연거푸 슈퍼 세이브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위기를 잘 막으면 기회가 온다.
자책감이 있었을 곤다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이 일본 선수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아니면 이대로 안 되겠다 싶은 모리야스 일본 감독의 공격 진형으로 변형을 위한 교체 작전이 적중했는지.
혹은 둘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의 패스가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고, 막히긴 했어도 스피드를 살린 슛이 나오기 시작했다.
살아난 일본의 공격이 노이어에게 막히기도 했지만, 일본은 좌절하지 않고 계속 공격했고 후반 30분 도안 리츠가 결국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공격수 마에다의 자리를 대신한 아사노가, 후반 38분 빠른 돌파 후 각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도 기어코 역전골을 넣어 버렸다.
묘하게도 어제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와 비슷한 상황.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멋진 골을 터뜨렸던 마리오 괴체 등을 투입했으나, 끝내 추가 골을 넣지 못했고 패배하고 말았다.
하베르츠와 신성 무시알라의 움직임도 좋고 다 좋았지만, 독일 공격진은 왠지 나에게 강력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클린스만이나 클로제 정도의 느낌이 나지 않았고, 토마스 뮐러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예전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경쟁팀인 프랑스가 음바페, 지루 그리고 그리즈만이 공격진을 구성하여 호주를 4-1로 이기고,
잉글랜드가 해리 케인, 래시포드 그리고 스털링 공격진이 이란을 6-2로 누른 것과 비교해보면 더 그렇게 느껴졌다.
독일은 다음 경기에서 피파랭킹 7위인 강팀 스페인과 붙게 된다. 스페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인 나바스가 있는 코스타리카를 7-0으로 대파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
과연 이대로 주저앉을지, 위기의 순간에 전차군단의 부활을 보여줄지. 절체절명의 독일과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스페인의 대결이 기대된다.
16강에서 만날 옆 조 F조에는 피파랭킹 2위, 전 대회 4강팀 벨기에와 모드리치의 전 대회에서 준우승한 크로아티아가 버티고 있어서, 독일은 예전처럼 우승후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줘야 조별 예선 통과와 16강 이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시에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이 있는 조 예선을 통과 후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지옥과 천당을 오갔을 곤다 골키퍼.
고단하지만 마지막엔 웃는 하루를 보내고 푹 잘 잤을 것 같다. 내 인생도 때로 실수하도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이겨내고 마지막엔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