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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Aug 28. 2024

만남

시작편 1.인연의 시작

"제주를 사랑하시나요?" 


고객과의 첫 만남에서 내가 던진 말이다. 만남의 인연은 '송당일경' 준공(사용승인) 완료 후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제주도 주택 및 펜션 건축 공사 컨설팅을 유료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 컨설팅을 첫 번째로 신청한 고객이 바로 현재 송당일경의 주인분이다. 제주도 주택 건축 컨설팅은 서울 성동구 우란 문화 재단 빌딩 내 공유 오피스 회의실에서 진행하였다. 아마도 그때가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료로 진행되었던 컨설팅이었던 만큼 최대한의 건축 노하우를 담아야 했다. 그래서 컨설팅 신청 시 제출한 지번을 가지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거리뷰도 확인하고 주소지 관할 관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담당 공무원과 건축 관련 사항도 확인하고, 농어촌 민박을 위한 펜션으로 제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른바 예약하기 힘든 펜션에 대한 자료도 준비하였다. 물론 건축 비용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과 공사비 절약 노하우는 기본으로 포함하였다. 드디어 고객과의 미팅 날짜가 다가왔다. 보통 농어촌 민박은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축주 분들의 나이 때가 60대 전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전화 통화 당시 남편 분의 목소리가 젊게 느껴져서 내심 어떤 분 일지 궁금하였다. 약속 시간 10분 전 로비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잠시 후 회의실에 건축주 부부 내외가 들어오고 서로 인사말과 함께 제주도 건축 컨설팅이 시작되었다.


그때 내가 느낀 고객분들의 첫인상은 도시적인 스타일이었다. 농어촌 민박을 운영할 분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이 때는 40대 중반 정도 직장인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현업에서 은퇴 후에 제주도 펜션 운영을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 중이었고, 아내분은 교육업계 현업으로 종사하고 있는 엘리트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나이는 부부가 동갑으로 내일모레 50을 앞두고 있었다. 제주도 건축 컨설팅을 진행하기 전에 제주를 사랑하는 건축가 중에 한 명으로써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제주도에 펜션을 건축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 즉 수익을 위해 짓는 것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제주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제주에 살지도 않을 거면서 단지 수익만을 위해 농어촌 민박을 위한 집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이기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제주를 사랑하시나요?"

"제주도에 언제 이주하실 계획인가요?"

"펜션 운영은 직접 하실 건가요?" 등등


지금도 생각나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 수익만을 위해 펜션을 짓는다면 저에게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건축주는 당황화는 기색이 역력했고, 아내분은 귓불까지 뻘겋게 달아올랐다.


22년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농어촌 민박용 숙소가 12,000개가 넘는다. 그만큼 경쟁력이 치열해졌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sns 등의 온라인매체를 통하여 펜션의 내, 외부 디자인, 서비스, 고객만족도 등을 상세히 확인하고 숙소를 예약하기 때문에 대충 짓고 기본적인 조건만 갖추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특히 제주도에 농어촌 민박용 펜션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거주하지도 않을 경우 주변의 신고로 인하여 민박업 허가가 취소되기 일쑤다. 그리고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이 수익만 쫓는 사업은 결국 망하게 되어있다. 특히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쉼과 추억을 제공하는 펜션을 운영하면서 제주를 사랑하지도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잘되기를 바란다면 미끼 없이 낚싯줄을 던져놓고 대어를 낚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본전은 고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축주의 몫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기본적인 마인드라고 할 수 있으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본 것이다. 그다음이 매력적인 건축 디자인이다. 즉, 건축 미학의 힘. 


만약 당신이 원룸을 구한다고 생각해 보자. 동일한 면적에 비슷한 금액대의 집 2군데를 보러 갔다. 원룸 건물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한 군데는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낡은 벽돌의 외관을 갖고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바닥이 갈라지고 쓰레기 통들이 널브러져 있어 불쾌감을 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집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현관문을 여니 곰팡이 냄새가 난다. 욕실에 물 때는 말할 것도 없다. 길 반대쪽에 위치한 깔끔한 화이트 톤의 다른 집을 구경하러 왔다. 들어가는 입구에 초록색의 나무와 잘 정리된 정원이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보인다. 주 출입구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로즈메리의 허브 향이 나며, 내가 살 집으로 들어가니 밝은 자연 채광과 함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반영하여 시각적으로 너무 큰 만족감이 밀려온다. 자 당신 같으면 어떤 집을 선택할 거 같은가? 10명 중에 10명 모두 뒤에 본 원룸을 선택할 것이다. 설령 보증금이 더 비싸더라도 말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애인이나 가족과 함께 레스토랑을 간다고 생각하자. 음식 값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 위에서 언급한 전자와 후자의 인테리어 공간이 갖추어진 레스토랑이라면 당신은 어디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가?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축 미학의 힘이다.


아무튼 제주도 주택 건축 컨설팅을 진행하는 건축 기술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다. 현재 제주도 펜션 건축 트렌드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펜션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건축하는 노하우까지 3시간 정도 진행하였다.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고객분들이 소유한 토지는 아내분의 명의로 7년 전에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구입을 하게 되었고 MZ세대들의 제주여행 필수 코스인 구좌읍 송당리다. 토지 면적은 533m2(162평). 지역지구는 계획관리지역이기 때문에 건폐율 40%, 용적률 80%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오름과 먼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구좌읍 송당리 해당 토지(23년 9월 촬영)


내가 건축 설계나 건축 시공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고객분들이 제주도에 펜션 건축을 말 그대로 잘 지을 수 있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제시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첫 컨설팅인 만큼 내가 알고 있는 건축 지식과 함께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해 드렸고 질의응답 시간을 포함하여 원래 2시간 정도 계획했던 컨설팅은 3시간을 훌쩍 넘어서 마칠 수 있었다. 첫 만남에서 고객분들은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컨설팅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해 주셨고 회의실을 나섰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고객분들과의 만남은 체 일주일도 걸리자 않아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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