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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Aug 29. 2024

두 번째 만남

시작편 - 2. 설계부터 시공까지?

"혹시 설계와 시공을 진행해 주실 수 있나요?"


고객이 나하고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이유다. 컨설팅의 내용 중에 건축 설계 잘하는 방법과 공사 업체를 선택하는 방법 그리고 공사 기간에 대한 것이 있었다. 먼저 공사를 언제 착공하는 것이 좋겠냐는 고객의 질문에 내가 드린 답변은 오픈 날짜를 정하고 역으로 공사 착공 시기를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드렸다. 제주도의 경우 육지와는 다르게 동절기에도 공사가 가능하고 수익을 위한 펜션을 건축할 경우 이왕이면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성수기에 오픈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고객과 내가 첫 만남을 가졌던 게 9월 초니까 공사기간 5개 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보면 늦어도 12월에 착공해야 성수기인 7월 이전에 오픈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시 건축주는 건축 설계를 이번 연도에 진행하고 내년 3~4월 봄에 건축 공사를 착공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4월에 착공하여 9월이나 10월에 펜션을 오픈한다고 하면 비수기에 오픈하는 것이 된다. 새 건물을 지어놓고 제대로 수익 실현도 못하고 내년 성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기왕지사 다홍치마라고 펜션을 건축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여행 성수기에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기간을 역으로 계산하여 착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컨설팅 후 건축주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12월 착공을 위해서는 남은 80일 안에 건축 설계를 완료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 현지 건축사를 포함하여 여기저기 몇몇 유명 건축 설계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설계 비용과 기간을 문의해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인지도가 높은 건축 설계 사무소의 경우 돌아오는 답변은 설계 기간만 6~8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일이 밀려있어서 빨라야 4개월 후에나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설계 비용은 8천~1억. 2개월 안에 설계가 가능하다고 한 제주도 현지 건축사도 있었지만 왠지 설계 디자인이 마음에 와닿지 않고 믿음이 안 가서 부랴부랴 나한테 연락을 한 것이다. 고객분의 전화를 받고 고민을 했다. 사실 건축 설계와 디자인에 욕심이 있긴 했지만 내 전문 분야는 건축 시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내가 부족한 부분은 디자이너와 현지 건축사의 도움을 받고 제주도 프로젝트 건축 설계를 진행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건축 설계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하면, 어쩌면 건축 시공보다 중요할 수 있는 것이 건축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건축주 분들은 건축 설계비가 비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건축 설계란 아무것도 없는 대지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제작 도면이다. 건축 설계에는 건축뿐만 아니라 구조, 토목, 전기, 설비, 통신, 소방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외관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 도면까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여기에 관할 관청에 건축 허가, 준공 후 인가까지 행정 업무도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번 생각해 보자. 개인 주택의 경우를 예를 들어 건축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와 미팅을 하고 원하는 디자인과 내부 평면 레이아웃을 반영하여 가설계도면을 만든다. 미팅을 했다고 도면이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몇 날 며칠을 생각하고 대지 위에 건물을 이리 앉혀보고 저리 배치해 보고 건축법도 따져보고 기타 등등. 그리고 건축될 부지에 방문하여 현장 답사와 뷰도 확인하고 기타 사항들도 확인한다. 가설계 도면이 한 번에 고객이 마음에 들어 오케이 하면 다행이다.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작업해야 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가 모른다. 거기에 대부분 건축사 사무소는 전기, 통신, 토목 등의 도면은 외주를 준다. 규모가 작은 곳은 인테리어 디자인 도면도 외주를 주고 있는 현실이다. 기존 도면을 재사용하여 허가방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닌 직접 도면 작업을 하여 건축 설계 작업을 진행할 경우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만약 당신이 건축사라면 외주 비용을 포함하여 설계 비용을 얼마를 받겠는가? 여기에 디자인 능력이 뛰어나 창의력이 가미된다면 건축 설계 비용은 얼마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인건비 수준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건축 설계를 진행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 값싼 설계 비용으로 제대로 된 건축 설계가 나올리는 만무하다. 30년 이상의 건축 시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내가 한마디 한다면 건축 설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건축 시공보다 건축 설계가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비가 비싸다고 제대로 된 설계가 나온다는 말이 아니다. 적정 수준의 합리적인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생을 살아갈 집을 짓는다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집을 짓는다면 제대로 된 건축 설계를 진행하기 바란다.


그러면 12월에 착공할 수 있게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음. 11월 중순까지 한 달 반 동안 건축 설계를 완료하고 제주도 현지 건축사에게 인허가를 맡기면 12월 초에 착공할 수 있다.' '그리고 건축 설계는 디자이너와 내가 함께 작업하자.' 일단 머릿속에 설계 기간과 방법에 대한 것이 모두 정리가 되었다. 두 번째 고객분과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추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미대 출신 디자이너와 함께했다. 물론 고객과의 두 번째 미팅 전에 디자이너와 건물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의 컨셉 이미지를 준비하였다. 이렇게 두 번째 만남은 첫 번째 컨설팅 때에 비해 한층 편안하고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함께 준비한 건축 컨셉 이미지를 보여주고 설명을 진행하였는데 놀라면서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이 보였다. 고객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서로의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여 거리뷰로 대지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변의 여건도 확인하였으나 직접 부지에 방문해보지 않고는 지금 같은 불경기에 펜션을 위한 개인 주택을 건축해도 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고객과의 세 번째 만남을 갖기 전에 홀홀 단신 제주도로 현장 답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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