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일경 건축이야기를 시작하며...
제주도 동쪽 고요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시골 마을 송당리에 농어촌 민박을 위한 집을 지었다. 부지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제주의 오름과 먼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송당일경" 건축 이야기는 고객과 첫 만남에서부터 설계, 시공, 준공 후 농어촌 민박업 등록까지의 전 과정을 담았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인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서 집을 지으면서 경험했던 건축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은 소박한 동기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실제 경험이 아닌 이론과 근거 없는 자기주장이나 아집은 철저히 배제하고, 제주도에 집을 짓는 모든 이들을 위해 건축 과정과 결과에 충실한 지식을 전달하기 노력하였다. 물론 이 책이 제주도 집 짓기의 교과서는 아니다. 하지만 집이라는 하나의 건축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되는지 그리고 제주도라는 지역에 어떤 자재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알림을 줄 것이다. 특히 건축에 제주를 담기 위한 진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있는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물이 흐르는 수공간에 발을 담그고 제주의 오름과 먼바다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송당일경'을 짓기 전에 내 머릿속에 명확하게 떠오른 건축 콘셉트이다. 제주의 땅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저 벽돌과 콘크리트를 쌓아 올리는 일이 아니다. 그 속에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바람과 햇살, 그리고 비와 안개의 흐름을 담아내는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검은 현무암이 감싼 이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며, 그 속에서 조화롭게 스며들 집을 꿈꾸는 것은 마치 예술가가 빈 캔버스에 첫 붓질을 하는 순간과도 같다. 또한 바다와 하늘, 오름과 들판이 어우러진 제주에서의 집 짓기는 자연을 닮아가는 과정이다. 풍경 속에 스며들듯, 섬세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집은 제주가 가진 모든 것을 담아내며, 동시에 그 속에서 삶과 휴식을 영위할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과 취향이 제각각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외부와 내부가 100% 똑같은 집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누구나 자신이 꿈꾸던 집이 있다. 그리고 집의 규모와 화려함을 떠나서 좋은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분명 존재한다. '집은 따뜻하고 비만 새지 않으면 된다.'라는 것은 보리고개 시절의 옛말이다. 단열은 물론 철저한 방수 시공은 건축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집을 짓자. 이왕이면 그 지역에 맞는 아름다운 집을 짓자. 제주도에는 제주를 담은 집을 짓자.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에 행복한 삶을 꿈꾸는 제주에 집을 짓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