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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Sep 04. 2024

다같이 제주로

시작 편 - 5.  모두 함께 현장 답사 & 벤치마킹

"와우~ 서있는 상태에서 파노라마 오션 뷰가 펼쳐지네요!"


나와 함께 건축 설계를 진행할 디자이너가 송당리 현장 부지에 방문해서 던진 첫마디이다. 건축 설계와 시공 계약을 완료하고 일주일정도 후에 나와 디자이너 그리고 건축주 이렇게 3명이서 제주도 현장 답사와 펜션 건축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일정은 1박 2일로 김포에서 새벽 6시 40분 비행기로 제주로 출발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제주도에서 예약하기 힘든 독채 펜션 중에 하나인 '소요소림'으로 예약하였다. 구좌읍에 위치하고 있어 현장에서 가깝기도 했지만 제주 감성을 담은 인기 펜션의 이유를 직접 체험하고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박 2일 현장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첫 일정은 제주 건축 문화 대상을 받은 감성 독채 펜션인 '잔월' 방문. 그리고 제주도 돌창고를 리모델링한 카페이자 커피 맛집인 대정 크래커스를 방문하여 건축주와 1차 가설계 미팅, 점심 식사 후에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현장 부지 방문, 저녁 식사는 제주도 김녕에 최근  오픈하여 독특한 인테리어와 우대갈비 맛집으로 여행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몽탄'에서 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일정은 우리가 하룻밤을 묵어갈 숙소인 '소요소림'이었다. 렌터카를 몰고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제주도 서쪽 한림읍 명월리에 위치한 잔월을 방문하였다. 잔월은 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는 대로변 도로에다 하고 걸어서 들어갔다. 21년 건축 문화 대상을 받은 프라이빗 감성 숙소 잔월. 우리가 방문한 날에 한 여행객 가족들이 머물고 있었다. 외부에서 본 잔월의 첫인상은 무언가 예술적인 미가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특히나 팽나무가 우거진 평화로운 명월리 마을과 조화를 이루면서 잔월만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미지에서만 보는 것하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것 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경탄할만한 압도적인 건축미의 힘이 느껴졌다. 역시 제주 건축 문화 대상. 


송당리 부지에서 보이는 제주 오션뷰 23년 10월 촬영


나는 지난 3년 동안을 제주도의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 독채 펜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을 해왔다. '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어떤 건축적인 요소들이 예약하기 힘든 펜션으로 자리매김하였을까?'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 이른바 잘 나가는 펜션들을 연구하였다. 특히 제주는 내가 은퇴 후 이주하여 살아갈 곳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것이었다. 제주를 비롯하여 국내 유명 독채 펜션의 경우 몇몇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우리나라의 전통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옛날 초가집의 형태를 느낄 수 있는 박공지붕에 외부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툇마루와 벤치, 그리고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내부 인테리어. 시각, 후각, 촉각 등을 만족시키는 감성 디자인의 반영. 제주의 잘 나가는 유명 독채 펜션들에게도 뚜렷한 그들만의 공통되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모두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현무암의 거친 질감을 표현한 외부 벽체 마감, 제주 고재를 활용한 여러 가지 가구와 인테리어 요소들, 집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정겨운 돌담들, 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아름다운 풍경들, 여기에 미학과 철학을 담은 디자인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더하여 주인장의 친절한 서비스와 숙소에 담긴 스토리는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필자는 건축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전통미가 담긴 건축 미학의 힘과 주인장의 스토리, 마인드가 결합하여 이른바 여행객들을 감동시키는 예약하기 힘든 펜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잔월 방문을 마치고 대정읍에 위치한 돌창고 리모델링 카페 '크래커스'에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차와 함께 1차 가설계 도면과 자재 스펙에 대해 건축주 분과 미팅을 가졌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 맛도 약간 산미가 가미된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만약 제주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맛집을 꼽으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정 크래커스를 선택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나 이제껏 마셔본 커피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아무튼 제주도 여행길에 제주도 대정읍 쪽을 지나간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건축주 분과 평면 레이아웃에 대한 미팅을 1시간 정도 진행하고 구좌읍 송당리 현장으로 출발하였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점심 식사는 동문시장 내 로컬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먹기로 하였다. 모두 배가 고팠는지 갈치조림 양념에 밥을 2 공기씩 비벼먹었다. 이윽고 1시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구좌읍 송당리 현장 부지. 내 키보다 더 큰 잡초를 헤치고 부지 중앙으로 들어갔다. "와!" 하는 디자이너의 탄성이 들려왔다. 가을 제주의 먼바다 조망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건축주와 디자이너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껑충껑충 연신 자리를 옮겨가며 외부 조망을 휴대폰에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현장 부지를 떠나기 전 디자이너와 함께 뷰 포인트를 잡고 건물 배치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저녁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현장 부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블루 보틀' 카페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잠시 휴식을 가지려는 것도 있었지만 블루 보틀 매장은 전 세계적으로 그 지역의 전통미를 반영한 건축미를 담는다. 따라서 제주도의 블루 보틀 매장을 방문하여 제주의 어떤 요소들을 담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역시 구좌읍에 위치한 블루 보틀 카페의 외관은 대한민국 전통 박공지붕 초가집 형태의 외관에 벽체 마감은 제주의 거친 현무암 질감을 표현한 미장 뿜칠로 되어 있었다. 내부는 제주도 집의 대문인 정낭을 모티브로 곳곳에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로 반영되어 있었다. 밝고 따뜻한 느낌 여기에 아름다운 창밖의 제주 풍경. 제주의 블루보틀 매장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벤치마킹한 것 같다. 땡큐 블루 보틀.


제주 독채 펜션 '소요소림' 23년 10월 방문 시 촬영


제주도 김녕에 위치한 우대갈비 전문점 '몽탄'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도착했다. 고려 시대의 벽화와 문양이 눈길을 끄는 외관에다가 내부는 온통 짙은 현무암의 검정색 톤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시종일관 무거운 느낌을 준다. 건축 디자인의 컨셉은 확실하다. 몽탄이라는 지역에 얽힌 고려시대의 이야기와 제주도 현무암을 담았다. 우대 갈비와 소맥으로 건축주와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식사하는 내내 부지에서 보이는 놀라운 바다 풍경과 건축 디자인, 평면 레이아웃, 자재 스펙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렇게 송당리 펜션 건축을 향한 열정이 한 데 모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정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 중에 하나이자 숙소인 '소요소림'을 향해 출발했다. 저녁 9시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는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로즈마리 허브향이 코를 통해 가슴까지 밀려들어와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해 준다. 시스템 도어 유리 현관문을 열자 내부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나의 청각을 자극한다. 내부에 은은하게 퍼지는 디퓨져는 첫사랑과 여행을 떠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정도로 설레고 향기롭다. 참고로 소요소림은 1박에 40만 원이다. "하룻밤 자는데 40만 원이나 하는 숙소가 예약하기 힘들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 방문하기 전 이미 홈페이지의 사진들과 여행객들의 후기를 참고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몸으로 체험한 결과 "진짜 돈이 안 아깝다."였다. 내부에서 보이는 안뜰 정원은 소요소림의 슬로건처럼 진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가히 거닐고 싶었다. 허브 정원을 지나 감귤나무와 초록색 잔디 마당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내부 침실과 거실, 주방 공간을 포함하여 욕실 내부에서도 외부의 초록색 제주 숲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소요소림의 대문을 지나면서부터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지로만 보았던 그것도 하루에 40만 원이나 하는 숙소가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건축주와 디자이너와 나는 원형 다이닝 테이블에 둘러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캔맥주와 함께 자신이 느낀 바를 서로 이야기하였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고 나는 여기서 건축주에게 확신에 찬 약속을 했다. "주어진 예산안에서 송당리에 '소요소림'보다 더 좋은 펜션을 건축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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