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편 - 7. 현장 숙소와 인허가 담당 건축사 선정
"집주인분이 포크레인 장비 사장님입니다."
지방에 건축 공사를 진행하려면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구해야 한다. 구좌읍 송당리는 중산간 지역으로 제주도에서도 깡촌으로 완전 시골이라고 보면 된다. 육지로 치면 강원도 산골짜기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마을 외딴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번 방문에서 제주도에 건축 인허가를 담당할 건축사를 선정해야 하고 숙소를 구해야 한다. 숙소는 원룸이어도 상관없지만 현장하고 가까워야 한다. 왜냐하면 신축 건축 공사 현장의 경우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이 대부분 이른 아침 7시부터다. 그리고 현장에 급한 일이 생길 때 언제든지 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지근거리에서 근접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는 원룸, 투룸이 즐비하며 월세 또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서울 면적의 거의 3배나 달한다. 정확히는 2.7배이다. 제주도가 섬이라고 하여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더군다나 구좌읍 송당리는 제주도 동쪽 거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제주시에서 차로 40분 ~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서귀포시에서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따라서 나는 가장 먼저 '구좌읍 원룸'이라는 키워드로 숙소를 폭풍 검색해 보았다. 제주 오일장 신문, 벼룩시장 등을 통하여 확인해 본 결과 마땅한 숙소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블로그에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올려놓은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원룸 치고는 평수도 넉넉하고 현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제주 방문 전에 송당리에 있는 부동산에 미리 연락하여 약속을 잡아놓았다. 만약 집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구좌읍에서 가까운 조천이나 함덕, 성산 쪽으로 지역을 확대해 알아볼 심상이었다.
오후 늦게 구좌읍 송당리 마을에 도착 후 공인 중개사의 안내를 받으며 원룸을 둘러보았다. 지어진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축 건물로 2층에 위치하고 있었고 정면에 대형 유리창이 있어서 풍부한 자연 채광이 들어와 내부가 밝았다. 화장실도 널찍하고 수압도 좋고 보일러는 lpg가스보일러였다. 집은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생각한 예산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다. 참고로 제주도는 월세보다는 연세를 선호한다. 한 달에 한 번 임대료를 받는 것이 아니고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것이다. 왜 제주도는 연세가 유독 많은지 중개사분에게 물어보니 오래전에 육지에서 온 외지인들이 집을 구한 후 계약기간도 다 채우지 않고 갑자기 떠나버리거나 밀린 월세도 내지 않고 야반도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긴 육지로 도망가버리면 찾으러 가는 것도 만만치 않거니와 막상 찾으러 간다고 해도 교통비 또한 무시 못할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내가 집주인이라고 해도 연세를 받을 것 같았다. 보증금은 저렴한 편이었다. 아마 전기세와 수도세 그리고 인터넷 비용 1년 치를 감안한 금액인 것 같았다. 숙소를 구하는 비용을 포함하여 내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에 대한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 건축주가 공사비를 직접 업체에게 지급하는 직영 공사 방식으로 실제로 건축 공사에 투입된 총공사비에 경비를 포함한 일정 비율만큼을 내 몫으로 지급받는다. 따라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내가 먹고 자고 마시는 비용 일체가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숙소를 구하는 비용을 줄여야 했다. 중개사 분에게 내가 구좌읍 송당리에 온 이유를 설명하고 연세를 조정해 줄 수 있는지 건물주에게 여쭤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원룸 시설에 대한 요구 조건도 덧붙였다. 모든 창호에 블라인드 설치와 세탁기를 구비해 달라는 조건이었다. 현재 원룸이 약 7개 월 정도 비워져 있었기 때문에 다음 주에 바로 입주한다고 하면 건물주도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개사에게 확인하고 바로 연락을 달라고 부탁한 후 나는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방을 알아보고 있었다. 30분 후 중개사가 연락이 왔다. 내가 요구한 모든 조건을 수락할 테니 바로 계약을 진행하자고 하였다. 계약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건물주는 나와 나이가 갑장이었다. 그리고 내가 신축 공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건축 터파기 진행 시에 자기 포크레인 장비를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건물주가 구좌읍에서 가장 큰 중장비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흔쾌히 동의했으며 오히려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송당일경' 건축 터파기부터 업체 소개 등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송당리 원룸 1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제주도 건축 공사 현장에서 나와 함께할 숙소를 기분 좋게 구했다.
다행히 숙소는 구했고 이제 제주도 건축 인허가를 담당할 건축사를 선정해야 한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라 마음이 급했다. 제주도 방문 전에 유선상으로 2군데 건축사와 미팅 약속을 하였다. 한 군데는 제주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건축사이며, 다른 한 군데는 구좌읍에 있는 건축사였다. 먼저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건축사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송당리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사가 직접 설계할 필요는 없다. 나와 디자이너가 작업한 스케치업 파일을 토대로 건축 캐도 도면을 만들고 토목 전기 설비 통신등의 추가 도면을 첨부하여 건축 허가와 준공(사용승인)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현장은 계획 관리 지역 내에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개인 단독주택을 건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리도 필요하지 않다. 건축 허가건도 아니고 신고건이다. 따라서 업무량과 작업 강도가 쉬운 편이며, 건축주를 대신하여 업무 대행을 하는 것이다. 신축 건축 설계에 비해서 비용도 적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충 인허가 비용에 대한 금액 이야기하고 나중에 연락 주기로 약속하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건축사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바로 구좌읍 소재 건축사에게 연락을 하고 제주시에서 구좌읍으로 출발하였다. 40분 정도 걸려서 구좌읍 소재 건축사사무소에 도착을 하고 건축사를 만났다. 사무실은 구좌읍 사무소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와 믹스 커피를 마시며 건축사 분과 송당리 건축 인허가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다. 건축사는 부산 출신으로 3년 전에 제주도로 이주하여 사무실을 개설하였다고 하였고, 나이는 40대 초 중반으로 보였는데 건축사 홀로 모든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인허가 비용을 떠나서 무엇보다 친절함과 성실함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이미 마음속으로 구좌읍 건축사 하고 송당리 건축 인허가를 진행하고자 결정하였다. 12월 초 착공을 위해서는 11월 20일 전후 늦어도 11월 25일까지는 스케치업 파일을 자신한테 넘겨줘야 한다는 건축사의 당부와 잘 부탁드린다는 맺음말로 나는 공항으로 향했다. 숙소도 구하고 우리 현장 인허가를 담당할 건축사도 정했다. 이제 남은 일은 디자이너가 스케치업 파일을 건축사에게 넘겨줄 수 있게 세밀한 사항까지 검토하고 부분 수정하는 일과 내 짐을 싸들고 제주로 내려오는 일이 남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제주를 향한 나의 열정을 어떤 힘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제주도의 경우 전원주택이 지어지는 대부분의 토지 지목이 자연녹지지구 아니면 계획관리지구로 나누어진다. 자연녹지지구의 경우 건폐율 20%, 용적률은 80~100%이며, 계획관리지구의 경우 건폐율 40%, 용적률 80%이다. 건축 연면적 200m2(60평) 미만 주택의 경우 자연녹지지구에 신축을 진행하려면 해당 관청의 건축 허가를 득해야 하며, 특별한 경우 심의를 받아야 하며 건축 설계비와 별도로 감리비가 발생한다. 계획관리지구의 경우 굴착심의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00m2(60평) 미만일 때 건축 신고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별도의 건축 감리가 필요하지 않다. 즉 계획관리지역이 자연녹지지역에 비해서 토지가격은 비싸지만 건축 행위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제주도에 집을 짓기 위해서 토지를 구입할 때 이왕이면 계획관리지역의 토지를 구입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건축허가를 득한 토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