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축플래너 Oct 25. 2024

여행객을 받을 준비 완료

끝 - 2. 농어촌 민박업 등록 에피소드

"주인분이 거주하는 방은 어디입니까?"


'송당일경'은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개인 주택이다. 펜션인 것이다. 건물 사용승인이 완료되면 이제 최종 관문은 농어촌 민박업 사업자로 등록을 해야한다. 본인 소유 건물의 경우 제주도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사업자 조건은 다음과 같다. 제주도내 농어촌 지역 또는 준농어촌 지역에 계속해서 6개월이상 거주해야한다. 즉, 제주시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면 농어촌 지역에 주택을 지어도 농어촌 민박업 등록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어촌 민박업을 위해 제주도에 집을 지으려고 계획하는 경우 건물 사용승인 6개월 전에 전입신고를 해야하며 해댱지역이 농어촌 지역인지를 필히 확인해야한다. 건물의 기준은 전체 연면적이 230m2(70평) 미만이어야 하고, 건물의 용도는 주택이어야 한다. 또한 농어촌 민박업을 운여하는 사업자가 반드시 운영하는 건물에 전입 신고가 되어 있어야하며 실거주를 해야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니까 전입신고만 제주도로 해놓고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수익만을 위해 농어촌 민박업을 신고할 경우 등록을 안해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이나 육지에 거주하면서 주소지만 제주도로 해놓고 농어촌 민박업을 등록해서 운영하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적발된다. 적발될 경우 농어촌 민박업 등록이 취소되며 벌금까지 부과되니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제주도 지역신축일 경우의 농어촌 민박업 신고를 위한 제출 서류는 다음과 같다. 


- 농어촌 민박업 사업자 신고서

- 주민등록초본(주소 변동이력 포함)

- 건축물 대장(도면포함)

- 전기안전검사 확인서

- 소비설비 안전점검표(가스보일러, 가스렌지, 가스온수기 등 가스시설이 있는 경우)


관할 읍사무소에 비치된 농어촌 민박업 사업자 신고서를 작성하고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건물로 운영자가 전입 신고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주민등록초본을 첨부한다. 그리고 건축 인허가를 담당한 건축사나 자신이 직접 건축물 대장을 발급받는다. LPG가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통해서 소비설비 안전점검표를 받아서 함께 제출하면 되는데 문제는 전기안전검사 확인서다. 신축 건물의 경우 본전기를 받기 위해서 전기 안전 검사를 받는다. '송당일경'은 사용 승인과 본전기를 받기 위해서 한달 전에 전기안전검사 확인서를 받았다. 그래서 농어촌 민박업 신고에 필요한 전기안전검사 확인서를 대체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전기안전검사 확인서는 따로 받아셔야 합니다."라고 구좌읍에서 서류를 반려시켰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행정이란 말인가. 전기안전검사를 받는 곳도 한국전기안전공사라는 동일한 곳이다. 그런데 본전을 받기위한 전기 안전 점검하고 민박업을 받기위해 받은 점검이 서로 다르단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군다나 농어촌 민박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지금 전기안전검사 일정이 밀려있어서 최소 3주 이상 대기하셔야 할거라며 비꼬는듯이 말했다. 부랴부랴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전기안전검사 신청을 하니 한달 뒤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공무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처구니가 없는데다가 화가 치밀었다. 농어촌 민박업 서류를 모두 제출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현장 실사를 하고나서 민박업을 운영할 수 있는데 이것또한 처리기간이 10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업무가 밀려있거나 휴일을 제외하면 기간이 늘어질 수 있었다. 건축주와 나는 눈앞이 캄캄해진것 같았다. 왜냐하면 당연히 10일 안에 농어촌 민박업 사업자 등록을 마칠거라 생각하고 건축주 지인들 뿐만아니라 여행객들까지 숙박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투숙객을 받기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안전검사 확인서를 받는데만 한달이 걸릴터였다. "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서서 도와준다."라는 파율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나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전기안전점검 일정을 땡기기 위해서 건축주는 한국전기안전공사 홈페이지에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의 내용은 전기안점점검 확인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되는 여러가지 난감한 상황과 간절한 사연을 적었다고 건축주가 나중에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전기안전점검 접수 담당자에게 매일 통화하다시키하여 사정을 하였다. 혹시나 구좌읍 쪽으로 점검을 나오면 시간을 불문하고 기다릴테니 방문을 해달라고 매달렸다. 며칠 뒤 내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내일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사이에 전기 안전 점검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농어촌 민박업을 위한 전기안전점검 접수를 하고 5일만에 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나와 건축주가 매일 울다시피하여 점검 일정을 최단기간으로 단축시켰다.


24년 5월 구좌읍 사무소 방문


전기안전점검 확인서를 받고 다음날 우리를 비웃던 구좌읍 농어촌 민박업 담당자를 찾아갔다. 서류를 제출하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접수 서류를 넘기면서 전기안전점검 확인서를 뚫어지게 확인하였다. 접수 완료 확인서를 받고 현장 실사는 언제나오냐고 건축주가 물었다. "글쎄요? 관내 업무가 밀려서 언제 나갈지 일정을 잡을수가 없네요. 다음주 연락드리겠습니다." 서류 접수한 날이 월요일이었다. 하루가 급한데 다음주에 나온다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담당자에게 이번주에 방문해달라고 다시 사정했다. 책상 달력을 확인해보더니 목요일아니면 금요일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받고 읍사무소를 나왔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이제 모든 것이 잘 될거라 생각했는데 예기치 못한 농어촌 민박업 공사 보완 사항이 발생하였다. "주인이 머무는 공간은 어디입니까?" 점검 당일 구좌읍 담당자가 가장 먼저 확인한 곳은 주인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주인이 거주하면서 농어촌 민박업을 운영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옷가지와 매트리스, 밥솥까지 갖추고 있어서 일단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문제는 주인이 머무는 침실과 여행객의 침실 사이에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문제가 되었다. '송당일경'은 2개의 독립된 건물로 지어진 개인 단독주택이다. 그런데 주인장이 머무는 공간을 독립적으로 건축하면 3세대 이상이되어 다가구 주택으로 인허가를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 숙소와 여행객 침실 사이의 벽체에 출입구를 만들었다. 문을 잠그고 앞뒤로 카페트나 커튼으로 막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농어촌 민박업 담당자가 출입구를 없애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불미스러운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출입구를 막으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여 여행객들이 머무르는 침실에 침대와 침구류까지 모두 갖추고나서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담당자는 현장을 떠났다. 아니 침대를 놓든 이불을 깔든 이게 무슨 보완사항이란 말인가? 농어촌 민박업 시설물 기준에 침대와 침구류를 구비해야한다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매트리스와 이불 패드를 제공하는 민박도 많지 않은가. 담당자 마음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컬이라고 하지만 불평할 시간이 없었다. 


제주 목공팀에게 다급하게 연락을 했다. 고맙게도 그날 저녁 바로 작업을 진행했다. 혹시나해서 하자보수용으로 목공 각재와 석고 보드 등을 창고에 남겨놓았던 것이 너무 잘한 일이었다. 목공 작업은 새벽 1시가 넘어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왕 목공 작업을 진행하는 거 주인이 머무는 벽 쪽에는 선반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다음날 오후 유럽 미장 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왜냐하면 출입구를 막는 벽면의 앞 뒤로 마감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목공 팀과 작업을 하기로 하고 바로 유럽 미장팀에게 연락을 했는데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마침 애월에서 작업중이었다. 서울 팀이라 내심 일정이 있어서 올 수 있을까라고 걱정을 하였는데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이제 농어촌 민박업 신고를 완료하기 위한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건축주는 구좌읍 담당자에게 보완사항 완료 사진을 보내고 현장 점검을 다시 요청하였다. 또다시 담당자는 업무가 밀려서 다음주나 되야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했다. 우리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다음날 또 현장 점검을 조금 앞당겨 줄 수 없냐고 독촉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다음날 부서의 팀장과 담당자 2명이 현장 실사를 나왔다. 구좌읍 담당자는 말없이 보완사항 사진을 계속해서 찍어댔다. 함께 나온 팀장은 전체를 둘러보고나서 조용히 건축주를 불렀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예쁜 건물을 구좌읍 송당리에 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농어촌 민박 등록 신고서는 내일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담당자와 현장을 떠났다. 역시 연륜이라는 것이 쌓여서 그런지 담당자와는 차원이 다른 좋은 메세지를 전달했다. 담당자도 점검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자신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제주도에 모든 펜션이 다 잘되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않아서 이웃 펜션이 장사가 잘되나 싶으면 불법으로 운영한다는 민원이 하루를 멀다하고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민원이 접수되면 무조건 현장 출동을 해야하고 위법 사실이 적발되어 벌금 부과와 농어촌 민박업 등록 취소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철저히 점검을 했던 것이다. 아무튼 서로 웃으면서 내일 구좌읍사무소에 농어촌 민박업 등록 신고 서류를 받으러 오라고 말하며 헤어졌다. 이제 손님을 받을 모든 준비는 끝났다. '송당일경'에 머무르는 여행객들의 점검만이 남아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