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 1. 준공을 향하여
1) 준공청소
"친구들 불러서 하룻밤 묵고 싶습니다."
드디어 6개월의 건축 여정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신축 공사의 맨 마지막 공정인 준공 청소가 시작된 것이다. 수개월간 쌓인 먼지와 이물질들, 물때가 낀 유리창과 오염된 외벽까지 내부와 외부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씻어내는 작업이다. 제주도 현지 준공 청소팀이 현장에 도착하고 각자 맡은 청소 구획으로 이동했다. 남자 2명 아줌마 3명. 50대로 보이는 남자 1명을 제외하면 고령층의 할머니 할아버지다. 아줌마들은 60은 훌쩍 넘어 보였으며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도 있었다. 옆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제주도 방언이 뒤섞여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 제주 도민들인 것이다. 윙~ 윙~ 힘차게 돌아가는 진공청소기는 창틀 하부에 쌓인 먼지를 빨아드리고 세찬 물줄기의 고압 살수기는 외벽에 찌든 먼지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압 살수기에 뿜어져 나온 물은 외벽 종석뿜칠에 부딪혀서 공중으로 흩어져 물보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물보라는 햇빛에 반사되어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만들었다. 여름의 문턱인 5월 마지막 주에 준공청소를 진행했는데 낮기온이 높아 반팔을 입고 작업을 하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다. 청소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송당일경'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뿌옇던 유리창은 초록색의 풍경을 담은 말끔한 거울이 되어갔다. 찌든 때로 얼룩진 외벽의 종석 뿜칠은 갓 태어난 아기 피부처럼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맨발로는 들어갈 수 없었던 욕실 바닥은 매끈하게 광이 났다. 물건을 담을 수 없었던 가구 서랍 내부는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로 탈바꿈하여 채워질 물건들을 기다리는 상태가 되었다. 먼지로 하얗게 뒤덮여 나뭇결이 보이지 않던 침실과 거실의 마루 바닥은 마루판 새 제품의 박스를 뜯었을 때의 날것 그대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청소는 저녁 7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청소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던 중에 팀장인 아줌마가 친구들 불러서 하룻밤 자고 싶은데 '송당일경' 전체 빌리는 숙박료가 얼마냐고 물었다. 특히 2인이 들어갈 수 있는 히노끼 욕조에 반신욕을 하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로망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제주도 전역에 새로 오픈하는 펜션에 청소를 하러 다니는 사람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전망과 이쁜 건물은 처음 본다고 했다. 물론 청소비를 조금 더 받으려는 접대 멘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냥 물어보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진심이 묻어있었다. 왜냐하면 얼마까지 해줄 수 있냐고 마지막까지 금액을 확인하고 집주인의 연락처까지 받아서 돌아갔기 때문이다. 현장 소장 특별 DC를 적용해서 30% 할인을 해 줄 수 있다고 웃으면서 알려주었다.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준공 청소는 끝이 났다. 청소팀이 철수하고 혼자 남아서 깨끗해진 현장을 둘러보니 내 마음까지 맑고 투명해진 느낌이었다.
2) 사용승인 필요 서류 및 준공
공사가 완료되면 건물을 정식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 승인(준공)을 받아야 한다. 제주도 주택 신축 공사의 경우 사용 승인을 위한 필요 서류는 다음과 같다.
- 사용 승인 전 대지분할 측량
- 새 주소 번호판 부착
- 자재 관련 서류(철근, 조적, 레미콘, 창호 등)
- 절수 설비설치 관련 납품 확인서, 시험성적서, 인증서 등
- 단열재 납품 확인서, 시험 성적서
- 온수 온돌 설치 확인서(온돌 시공자 날인 등)
- 보일러 설치 완료 필증
- 가스 완성검사 증명서(가스설치 시 - 보일러, 가스레인지 등)
- 소방 필증
- 통신 필증
- 폐기물 처리 영수증
- 배수설비 준공서류(오수받이, 오수맨홀 연결사진 전, 중, 후 및 배수 준공 서류
- 오수 처리시설 준공서류(오수처리 시설 연결 사진 전, 중, 후 및 오수처리 시설 준공 서류)
- 도로 점용(굴착) 부분 전, 중, 후 사진
위에 제시된 필요 서류 중에서 해당되는 사항만 준비하여 설계와 인허가를 진행한 건축사에게 전달하면 세움터를 통하여 인터넷으로 사용승인 접수를 한다. '송당일경'의 경우 소방과 통신 필증 대상 현장이 아니어서 이 2가지만 제외하고 모든 서류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절수 설비 설치 관련으로 사용 승인이 지체되었다. 절수 설비 관련 서류는 주방, 세면대, 양변기, 욕조 등의 모든 수전 설치 완료 사진과 시험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송당일경'의 모든 수전과 위생기기는 아메리칸 스탠다드 제품으로 설치했다. 절수 설비 제품은 공인 시험성적서와 환경표지 인증서 그리고 절수 스티커 이렇게 3가지가 들어간다. 그런데 욕조 수전에 대한 절수 설비 관련 서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준공 승인이 보류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절수 설비 관련 서류를 접수할 때 내가 먼저 아메리칸 스탠다드 담당자에게 욕조 수전은 왜 절수 관련 인증서가 없냐고 물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벽붙이 욕조 수전은 절수 시험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송당일경'과 동일한 욕조 수전이 설치된 서울, 경기 쪽의 경우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생각해 보자. 욕조에 물을 빨리 받기 위해 설치한 수전이 무슨 절수가 필요하단 말인가? 수전과 위생기기 자재를 납품한 거래처에게 절수 설비 서류 미흡으로 준공이 보류되었다는 상황을 설명하자 아메리칸 스탠다드 본사 품질팀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제주시청 설비 관련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였다. 1시간 뒤 절수 설비 관련 모든 서류가 통과되었다고 건축사가 나에게 알렸다. 아메리칸 스탠다드 품질팀과 제주시청 설비 담당자가 통화를 해서 해결한 모양이었다. 상수도과, 하수과, 토목과 등 건물 신축 사용 승인에 관련된 모든 부서에서 승인이 되면 최종 건축과로 넘어간다. '송당일경'은 구좌읍사무소 건축과가 현장에 나와서 확인을 하고 이상이 없으면 사용승인이 완료되는 것이다. 준공 서류 접수 완료 후 정확하게 17일 만에 사용 승인서를 받았다. 제주시의 경우 건축 관련 부서들이 업무량이 밀려있어서 건물 사용승인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사용승인서를 받은 날 건축주와 함께 축배를 들었다. "소장님과 인연을 길게 이어가고 싶습니다."는 건축주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첫 만남에서 사용승인이 나기까지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술안주 삼아서 늦은 밤까지 만찬의 자리는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