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절망하지 않는다

by 이영관


나는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는 편이다.


손이 갈라지고,

피부가 터지면

몇 년씩 가기도 한다.


늘 밴드를 쟁여두고

떼었다 붙였다 하며

그저 익숙하게 살아간다.


지금도

손 한 군데가 아물지 않았고,

한 달도 더 전에

엉덩이에 찜질기를 너무 세게 틀어

생긴 화상도

아직 다 낫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참 신기하다.


몸은 한 번도

절망한 적이 없다.


짜증도, 불평도 없이

그저

새살을 조금씩, 조금씩

피워낸다.


아무 말도 없지만

묵묵하게,

하루하루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는 그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릴 뿐인데,

몸은 이미 치유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걸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몸처럼

말없이 회복되는 존재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아픈 마음도

어딘가에서

새살을 돋우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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