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 있는 엄마들에게
마트에 갔다. 장을 보고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데 미니 붕어빵 10개에 3980원이란 글씨가 보인다.
"자기야! 저기 붕어빵 파는데?"
"그래?"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두 봉지 사가자."
"오케이, 저희 팥 10개, 슈크림 10개 주세요."
따끈한 봉투 2개를 안고 돌아오는 마음이 행복하다.
"나 먹으려고 샀어도 물론 좋겠지만, 애들 줄 생각하니 좋네."
"그러게."
아이들을 키우며 어느새 40대가 된 부부는 집으로 오면서도 아이들 얘기 삼매경이다.
"얘들아, 붕어빵 사 왔다."
"우와!"
붕어빵이라는 말에 중학생과 초등학생 둘은 게임을 멈추고 거실로 모여들었다.
"한 사람당 4개씩 먹어. 슈크림 2개, 팥 2개."
우리 집은 5명이라 "그냥 먹어."는 없다.
나이 상관없이 똑같이 5개로 나눠야 아이들은 불만이 없고, 어른들 것도 확보(?)된다.
아이들은 자기 몫의 붕어빵을 먹고 사라지고, 신랑은 커피를 내린다.
우린 커피와 붕어빵을 먹으며 잠깐 쉰다.
"봉봉믹스를 사야겠어."
"난 이상하게 집에서 만든 것보다 밖에서 파는 게 더 맛있게 느껴지네."
"그래도 애들 실컷 먹이려면 집에서 만드는 게 최고인 듯."
어느새 얘기를 듣고 나온 둘째가 이야기한다.
"엄마, 저번에 남은 봉봉믹스 어딨어요?"
"그거 유통기한 너무 많이 지나서 버렸어."
"으앙. 먹고 싶었는데..."
"이번에 다시 사서 해줄게."
"우와, 신난다!!!"
작년에 붕어빵 만드는 틀과 믹스를 사서 배 터지게 먹고, 남은 재료는 결국 버렸는데...
올해도 그럴 모양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붕어빵을 좋아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하원길에는 초겨울부터 붕어빵 포장마차가 등장했다. 포장마차를 보면 아이들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급하게 데리러 가느라 지갑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다음에 먹자고 얼르고 달래서 집에 데려오느라 진땀을 흘렸다.
붕어빵을 사 갖고 돌아온 날,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 오물오물 한참을 먹었다. 밖은 어스름해지고, 저녁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하기 싫어서 "우리 이거 먹고 우유도 마실까?" 아이들을 꼬드기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우던 때였다. 매일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데려오고, 또 먹이고 재우고 하는 일상에서 내 시간이 있었는지 그때 뭘 했는지 희미하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이랑 보냈던 시간만 또렷하게 기억난다. 붕어빵처럼.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하굣길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등장했다. 붕어빵 가격은 몇 년 새 1.5배가 올랐다. 분명히 천 원에 두 개였는데, 이젠 이천 원에 세 개란다. 삼천 원에 다섯 개, 오천 원에 열개.
오천 원을 내고 슈크림 9개에 팥 1개를 주문해서 팥은 내가 먹었다. 붕어빵 세 개씩을 확보하고 좋아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서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되었다. 가끔 용돈으로 붕어빵을 사 먹기도 하고, 하나를 남겨 재택근무하는 나에게 쓱 밀어주는 이쁜 짓도 한다.
지금은 붕어빵을 먹었다고 해서 저녁을 거르거나 하진 않는다. 붕어빵을 사달라고 한다고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 빼는 일도 없다. 저녁은 대부분 준비되어 있고, 아이들은 사달라고 떼쓸 나이가 지났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또렸해 졌다.
또렸해 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희미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붕어빵 아이들만 사주지 말고 너도 많이 먹어. 어렸을 때 먹고 싶어 했잖아?'
'오늘은 붕어빵이랑 따뜻한 차도 곁들여서 먹어봐. 너만의 브런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