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으로 5 식구 빵사기

양 보다 질 vs 질 보다 양

by 엄살

카톡으로 뚜**르 3만 원 기프티콘을 선물 받았다.

모처럼 여유 있는 오후

"빵 사러 가자."

남편이 외쳤고, 모두들 점퍼를 꿰어 입고 잽싸게 현관으로 모였다.


가면서 막둥이가 묻는다.

"1인당 얼마어치 골라요?"

"총 삼만 원이니까 일인당 6천 원."

"그럼 두 개씩은 살 수 있겠네요."

"아싸~"

"난 에그타르트 먹어야지. 저번에 2천 얼마였으니까 두 개 먹어도 다른 거 또 고를 수 있겠죠?"

다들 신났다.


우리 동네 뚜**르 매장은 넓고 친절해서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추워지고 한동안 뜸했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역시 고물가의 영향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에그타르트는 2천 원대가 아니라 3천 원 대여서, 다른 빵을 하나 더 고를 수 있는 정도였다.

일인당 6천 원이라는 가격이 적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해보자꾸나.


예전엔 기프티콘을 아이들에게 1/3로 나눠주고 고르는 동안 우리 부부는 뒷짐 지고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그랬다가 괜히 아이들 빵 뺐어먹는 부모가 되고부터 우리까지 정확히 1/5로 나눠서 고른다.


남편은 휘~ 둘러보더니 맘모스빵을 골랐다며 800원이 남았다고 알아서 쓰란다. 난 우유크림 도넛과 모카번으로 정확히 6천 원을 맞추었다. 큰아이는 원하는 것이 없다며 빙빙 돌다가 내가 추천한 미니치즈케이크를 고르고 남은 1200원을 동생들에게 패스했다. 그 덕에 둘째와 막둥이는 초코소라빵, 슈크림빵, 소보로빵, 에그타르트, 도넛까지 꽤 많이 골랐다.


집에 와서도 각자 알아서 먹고 싶을 때 자기 거를 먹고, 나랑 남편만 커피를 내려 빵을 같이 먹었다.

"삼만 원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지."

"그렇다고 케이크 하나 사서 먹기는 아깝잖아."

"그럼, 각자 원하는 거 고르는 게 좋아."






아이들이 조금 크고부터 각자의 취향존중은 우리 가족의 문화가 되었다. 예전에 아껴보겠다고 아이들에게 고를 기회를 주지 않고 할인하는 여러 종류의 빵을 샀다가, 하나라도 좋으니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사게 해 달라는 원성을 들은 후로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들의 식성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달라서 모두가 만족하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매번 되새긴다.


여행 가도 식당 고르기가 매우 어렵다. 한 명이 맛있으면 나머지는 맛없거나 쏘쏘면 다행이다. 모두가 만족하려면 김밥집 혹은 편의점에 가야 한다. 작년 일본 여행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았던 건 편의점 털기(?)였다. 마침 4만 엔까지 각종페이 50% 행사가 있어서 카드를 여러 장으로 결제하면서 일인당 1만 6천 엔씩 고르도록 했다.



KakaoTalk_20250104_185309255.jpg 호텔 냉장고가 차고 넘쳤던 일본 편의점털이의 추억


즉석코너에서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를 고르고, 좋아하는 빵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고마운 편의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5 식구가 나이도 성별도 다르고 먹는 양도 다른데 5등분 하는 게 효율적이고 공평한 게 맞나 싶지만, 이미 정착되어서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진 않는다. 요즘은 나랑 남편이 아이들보다 적게 먹으니 오히려 이득인 듯도 하고, 큰아이는 중학생임에도 괜찮다는 의견이고, 초등학생 두 명은 당연히 만족이다.



"엄마, 6천 원어치 사는 거 괜찮으세요?"

둘째가 빵 사러 가는 길에 물었다.

"응, 예전에는 질보다 양이었는데 지금은 먹는 양이 줄어서 꼭 먹고 싶은 거 하나만 살거라 충분해."

"아, 그렇구나. 하긴 엄마가 저보다 적게 드시니까요."

"그니까. 뭐 고르지? 엄마도 에그타르트 먹을까?"


난 호기심쟁이라 매번 다른 걸 고르는 걸 즐긴다. 오늘 고른 우유크림 도넛은 크림 듬뿍이라 흡족했고, 모카번은 아는 맛이지만 버터향이 적절해서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삼만 원 상품권으로 빵집의 추억을 만들었으니 만족+a 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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