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장보기

두 손 무겁게 담아도 공짜

by 엄살

매주 목요일쯤 도서관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다. 이번 주에 반납해야 하는 책의 목록을 알려준다. 반납일 이틀 전에 연락이 오니 대출만 해두고 펴보지 못했던 책은 뭔지, 어떤 책을 반납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반가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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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다음 주에 먹을 일주일치 장을 보듯이, 도서관에 가서 다음 주의 책들을 장 봐온다.

안 먹은 식재료가 썩어가듯, 기한은 남았으나 안 읽는 책들은 계속 썩힐 건지(?) 반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쓰일 식재료로 넘길지도 체크한다.


요즘 저녁마다 4학년 막둥이와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난 막둥이가 어렸을 때 책을 못 읽어준 미안함을 해결하는 동시에 그림책이 주는 깊고 풍성한 위로를 받고, 막둥이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매우 친밀한 교감을 한다며 행복해한다. 읽었던 책들을 곱게 챙겨서 반납하고 다음 주에 읽을 그림책을 빌리는 건 일주일치 행복을 장 봐 오는 듯 즐겁다.






올해는 '책을 2주에 한 권씩 읽자'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엔 같이 활동하는 독서 동아리에서 선정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매번 표지만 보거나 나중에 부랴부랴 빌려 겉핥기만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회원들은 책을 다 읽고 풍성한 나눔을 하는데 난 못 읽은 책들을 숙제처럼 쌓아두는 게 속상했다. 올해는 책을 미리 대출해서 날짜에 맞춰 계획을 세워 읽고 나니 2주에 한 권이 아니라 1주에 한 권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집을 중심으로 동쪽에 중앙도서관, 서쪽에 한울 도서관과 한빛도서관, 남쪽에 교하도서관과 물푸레 도서관, 북쪽에 해솔도서관과 가람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필요한 책을 검색해 보고 그 책이 있는 도서관으로 간다. 매번 다른 도서관으로 가면 그 도서관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 어느 곳을 가도 만족스럽다.


빌려야 할 책의 목록을 핸드폰 메모장에 정리해 두고 관심 있는 책들도 살짝 곁들여 놓는다. 꼭 필요한 책들을 먼저 찾아놓고 관심 있는 책들을 찾아서 서가를 돌아다닐 때면, 필요한 장을 먼저 보고 나머지는 구경하면서 살까 말까(빌릴까 말까)를 고민하는 듯 마음이 여유롭다.


KakaoTalk_20250412_212306768.jpg 대출한 책을 책장 가득 채워놓으면 일주일치 식재료를 냉장고에 가득 채운 듯 만족스러운 기분이 된다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 눈에 띄는 '이달의 도서' 코너나 '추천 도서' 코너는 그날의 세일 혹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물건을 구경하는 것처럼 구미를 당긴다. 신경 써서 큐레이션을 해놓은 만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맘에 든다면 대출도 가능하니 한 번씩 살펴보게 된다. 특히 이달은 '도서관의 날'이 있는 달이라 도서관별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열린다.


도서관은 여기저기 앉을 곳이 많다. 주말이면 어린이 코너의 소파에 앉아서 조는 아빠들을 심심찮게 마주친다. 마트에 장 보러 가서는 어디 앉아서 조는 게 불가능하지만 도서관은 편안하게 졸도록 허락된 곳이다. 시간의 구애도 받지 않는다. 어린이 코너의 어디든 만지고 놀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니 갖고 놀아봐야 책이다. 키즈카페나 놀이방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오늘도 열 권 넘는 그림책을 반납하고, 그만큼의 그림책을 대출해 왔다. 표지만 봐도 궁금해지는 일본풍부터 프랑스풍, 국내 작가의 정겨운풍까지 두 손 무겁게 들고 오면서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마음껏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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