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 거 실화니. 최근에 친구들에게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내게도 올 한 해는 눈 깜짝하고 나니 12월이 된 것처럼 몹시도 빠르게 지나갔다. 시간을 시간에게 빼앗겨 버린 것 마냥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을 한 것도 없이 열두 달이 속절없이 흐른 것 같다.
그야말로 올해는 초로의 지친 나였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을 겪었고 그 속에서 소화시키기 힘든 수많은 말들을 들었다. 그런 힘겨운 말들과 버거운 순간들을 감당해 내느라 내 몸도 오랫동안 아팠다. 한강 작가님의 어느 시 구절처럼 내 눈에도 이 세상이 거대한 장례식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는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만이 존재할 뿐인데 어차피 그 둘은 '죽음'이라는 종착지는 같으니 결국 우리 모두가 덧없이 느껴졌다. 어차피 모두 죽어서 다른 사물이 될 텐데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갈까 자주 생각했다.
그렇게 바닥까지 간 마음은 신기하게도 혼자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생이 덧없다고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마음속에 인사이드 아웃 기쁨이가 가득한지 인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유쾌한 농담이 생각났다.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틈은 알고 보면 주위에 늘 있었다. 방귀를 뀔 때마다 똥구멍에서 폭죽이 터지는 거 같다는 사랑스러운 둘째의 말과 한강 작가님을 따라서 필명을 미아에서 금강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말도 안 되는 농담이 떠올랐다. 어느새 입꼬리는 씰룩거리고 있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강 작가님은 필명이 아니라 본명입니다.^^) 가족들 친구들과 더욱더 많은 농담을 하며 원래도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말하고 싶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오면 어차피 그 순간도 미래의 내가 잘되라고 오는 역경이니 웃으며 농담처럼 가볍게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미래의 나와 당신들은 어차피 잘 해낼 거니까. 고마웠어, 아듀 2024!
**viva la vida! 인생 만세! 연재를 마칩니다. 더 좋은 글로 돌아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