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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거짓말을 한다.
나의 아빠가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이라는 게 싫다.
아빠가 40년째 하는 거짓말은 하나다.
“담배 끊을게!”
내가 엄마 뱃속에 생겼을 때부터 시작되었다던 거짓말은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돌잔치 전까지, 유치원 들어가면, 내 동생이 태어나면, 내가 학교에 들어가면, 내가 입시를 시작하면 까지 이어지다가 내가 아기를 가지면, 그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가 돌잔치하기 전까지, 그 아기의 유치원, 학교 입학 등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것이지.
저렇게 가벼운 사람이 내 아빠라는 사실이 너무나 우울하다. 저 일관되고 질긴 하나의 거짓말로 아빠의 삶이 설명되는 것만 같다. 결단력 부족, 감정조절 장애, 사회성 결핍, 오랜 세월의 무직상태 등.
담배를 피고 돌아와서는 손을 씻고 아기를 만지라는 말에 담배 안 피웠다!! 거짓말을 한다.
웃으며 뻔뻔하게, 그러고 아기를 만진다.
차라리 손 씻기 귀찮다고 하면 덜 혐오스러울까?
너무 싫다.
오랜만에 우리집에 오신다기에 또 당부를 했다.
여긴 금연아파트니까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을 해야 한다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거기 가 있는 동안 안 피울게!”
또 거짓말.
그 한마디로 잔잔하던 마음이 다시 요동을 친다.
“오냐, 피워도 되는 곳에서만 필게.“
이런 대답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부모가 못나보이는 건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못나도 내 부모이기에 불쌍하고,
신경이 쓰이고,
그를 미워하는 나의 인격이 의심되는 지경에 이른다.
나는 매일 자라는데 아빠는 늘 그대로다.
여전히 고등학생 같다.
세상 철 없는 고등학생.
순간만 넘기면 그만인 한없이 가벼운 사람.
다혈질. 분노조절 장애.
아빠가 든든한 딸들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까?
그걸 모르니 막연히 부럽기만 하고,
남의 결혼식에 가서 신부 아버지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아빠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어릴 때는 퇴근하고 옷도 못 갈아입은 채 나를 배 위에 올려 재웠다면서
중학생이던 나를 발로 밟고 때리며 귀를 가위로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은 왜 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스스로가 짠하다.
물론 그도 짠하다.
오늘도 다짐한다.
나는 짠한 부모가 되진 말아야지.
가벼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