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먼지를 뒤집어 쓴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여름 저녁 7시,
종일 닫혔던 집안 곳곳의 창문들이
활짝 열린다
좀전까지 적막했던 집안이 소란해진다
창밖은 점점 무채색이 되는데
집안은 가족들의 알록달록한 소리로 가득 찬다
밥 먹자,
하나 둘 씻고 나와 식탁으로 모인다
해가 사라지니
선풍기만 틀어도 시원하다
까만 먼지는 바람과 함께 창밖으로 날아가고
개운한 바람이
상쾌한 바람이
다정한 바람이 집 안 곳곳으로 내려 앉는다
저녁은 열무비빔밥,
그릇을 따로 두지 않고
커다란 양푼에 열무를 잔뜩 넣고 밥을 비빈다
노른자가 살아있는 계란프라이 다섯 개에
고추장도 넉넉히
참기름도 넉넉히
깨도 넉넉히 들어간다
양푼에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밥알이 슥슥 비벼지는 소리
아삭아삭 열무줄기를 씹는 소리
지친 마음이
그 소리와 함께 비벼진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토닥이는 마음 또한 함께 비벼져서
속 깊은 곳으로 냠냠 넘어간다
여름 저녁 7시,
선풍기와 열무비빔밥이 빚어내는 소리에
문득 나도 몰랐던 행복이
고개를 든다
나도 모르게 행복이 나를 스쳐간다
나도 모르게
왜 나도 모르게
하필 나도 모르게 말이야
그러니 자꾸 행복했지, 가 되잖아
사실은
행복해, 인데 말이야
지금 선풍기 소리에
지금 열무비빔밥 비벼지는 소리에
지금 가족들이 까만 먼지를 씻는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지
그렇게 다짐하는
여름 저녁 7시
별 다를 것 없는 오늘
별 다를 것 없는 여름 저녁의 소리가
나의 행복을
과거에서 지금으로 가지고 온다
행복이
지금의 나를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