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하루의 끝
오늘도 손가락만 살아남았지
배회하던 손가락이 끝내 입력하는 한 글자는 역시나
왜
어제와 같다
무수한 왜들의 향연
그 일은 왜
그 사람은 왜
도통 까닭을 알 수 없는 일들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도
오늘에서 어제에서 그보다 오랜 과거에서 꺼내다 보면
기어코 마음을 옥죄고 마는
한 글자
왜
물음표를 붙일지 느낌표를 붙일지
아쉬운 대로 말줄임표라도 붙일지 고민하다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머릿속 무수한 왜들은 모조리 칼이 되어
나의 심장으로 박힌다
그렇게 오늘도 결국 나에게서 끝나는 한 글자
왜
나는 왜
도대체 왜
수많은 왜들에 둘러싸여 자책하는 밤
사실 안다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을
유일한 답이 아니기에 나 홀로 맞설 수 없다는 것도
그러니 내일은
그토록 질긴 한 글자
왜
를 지워야지
도려내야지
모든 왜가 사라지면 고요한 지금만 남을 테니
분노도 서러움도 억울한 마음도
녹아내릴 테지
그리고 마침내
만나겠지
나의
오롯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