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예쁜 풍경을 보며

by 윤성

살랑거리는 물결 좀 봐요

살랑 사알랑


가을 바람이 호수를 훑고 지나가요

거기에 비친

나뭇잎들도 촤르르 훑고 지나가는 거 좀 봐요

반짝 바안짝


이토록 예쁜 풍경을 보며

헤어진 첫사랑이나 떠올리는 건

너무

촌스러워요


내게 최악이라고

울기만 하던 내게 그만 하자며 도망치던

걔 말이에요

걔가 달콤한 말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따스했던 적이 있었던가?


살랑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는 순간

걔가 했을 달콤한 말 따위 떠오르지 않아

따스했을 순간 따위

전혀 떠오르지 않아 참

다행입니다


어쩌면 정말 없었을지도 몰라요

첫사랑 같은 건요


그러니 그저

살랑거리는 물결 좀 봐요

살랑 사알랑


가을 바람이 호수를 훑고 지나가요

거기에 비친

나뭇잎들도 촤르르 훑고 지나가는 거 좀 봐요

반짝 바안짝


이토록 예쁜 풍경을 보며

나는 이제 이따가 떡볶이를 먹을까 우동을 먹을까

고민합니다

세상 편안한 자세로

산적처럼 생긴 가수의 노래를 듣습니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어때요? 나

참 세련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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