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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 Mar 25. 2024

기쁨을 나누면 2할이 된다.

축하보다 쉬운 위로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기쁨은? 정말 나누면 배가 될까?


글쎄.


주변을 보면 기쁨은 나눴을 때 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슬퍼하는 누군가에게 네 명이 모여들면 다섯이 그 슬픔을 나누어 그 무게가 1/5로 가벼워질지 몰라도

기뻐하는 누군가에게 네 명이 모여들면 5명 중에 기뻐하는 사람은 단 하나, 그마저도 시기와 질투로 갉아 먹혀 2할에도 못 미치는 기쁨의 조각 아니 부스러기 정도가 씁쓸하기 남지 않을까?


진정한 친구는 힘들 때 알아볼 수 있다지만 사실 기쁠 때 더 잘 골라낼 수 있는 법이다. 길었던 경력 단절을 끝내고 다시 취업했을 때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돌아온 대답은 둘 중 하나였다.


- 축하해! 근데 애 키우면서 일하면 골병날 걸?

- 축하해! 열심히 하더니 정말 잘 됐다.


물론 두번째 대답을 한 사람들만 아직 내 곁에 남아있다.



여기 브런치만 봐도 그렇다. 계절을 느끼는 일상글이나 맛있는 음식글, 풍경 좋은 여행글은 조회수가 조금 높고, 특정 분야의 지식을 전파하는 글은 조회수가 많이 높지만, 불륜, 이혼, 불치병 등의 키워드가 들어가면 조회수는 폭발한다. 이 사람보다는 내가 낫지, 라는 상대적 만족감은 행복으로 직행된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란 말도 거기서 비롯되었겠지. 나는 그 말이 정말 싫다. 그래서 불륜이든, 이혼 이후 홀로서기든, 불치병이든 그런 주제의 글들은 해피엔딩이 확정되면 그때 처음부터 읽는다. 남이 힘든 걸 읽으며 나의 현실에 안주하는 건 너무나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데 고생스런 누군가의 글을 읽다보면 감정이 저절로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브런치에는 재밌는 글들이 많고 재치있는 작가들이 넘쳐난다. 그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이 책을 내면? 좋던 감정이 시기와 질투로 바뀌어버린다. 딱 공감하는 거 까지는 좋았는데 나의 로망인 출판을 나랑 비슷한 생각을 라는 사람이 나보다 먼저? 배알이 배배 꼬일 수밖에. 나 참 못났다. 못나도 너무 못났다. 마음이 베스킨라빈스 시식 숟가락을 반만 채운 소금 아이스크림 같다. 아주 짜고 좁다.



대학 졸업 후, 같이 취업을 준비하던 동생이 있었다. 서류전형을 나란히 통과하고 일주일에 서너번 만나 함께 면접준비를 했다. 나중에는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함께 목표했던 기업에 입사하면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선배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결혼 생각이 없다면서도 내심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버지가 대학 교수이고 어머니는 약사라던 그 선배는 키도 185센티에 눈매는 조인성을 닮았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이 그 선배라는 남자를 엄청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소개해준다니까 조인성씨와 파스타를 먹으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화기애애하게 나누는 소개팅이 그 무렵 내가 했던 망상의 팔할이었다. 이후 나는 최종 면접에 합격했고 동생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손절. 조인성씨는 어쩌라고, 소개시켜준다며. 큰 기대는 없었지만 아직도 그때 대놓고 저기 내 소개팅은? 물어보지 못한 게 아쉽다. 이후 구내 식당에서도 회사 로비에서도 탕비실에서도 그렇게 조인성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동생이 미우면서도 그 마음이 사실 이해는 된다. 나라면 나는 떨어지고 너는 붙은 그 회사의 잘생긴 선배를 너에게 소개할 수 있었을까? 너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글쎄.


절대.


힘들지만 그래도 오늘도 마음을 잡아본다. 언젠가 꼭 책을 내야지. 열개의 손가락은 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축하를 받으며 책을 내야지. 그리고 열개의 손가락과 열개의 발가락은 넘는, 나랑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오늘은 새로운 노력을 해본다. 10개 이상 라이킷이 달린 글에는 절대 라이킷을 눌러주지 않고, 그 어떤 작가도 구독하지 않던 과거를 청산하고 누군가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해봐야지. 내 마음에 쏙 들지만 라이킷 수가 너무 많기에 그냥 지나쳤던 그 글에 라이킷을 눌러야겠다. 위로보다 어려운 축하를 연습하기 위해, 누군가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불려주기 위해. 그리고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을 미래의 내 기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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