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빛 스미는 골짜기 끝
연분홍 연지 곤지 고운 얼굴 위
바람 한 줌 꽃잎 한 장
조심스레 내려앉는
햇살을 끌어다 바느질한 듯
개나리 삼베옷
순하고 포근한 숨결로
몸을 감싸 안고
마지막 길 밝혀주는 기도처럼
꽃들이 피어나
말없이 고개 숙인 꽃술마다
그리움이 한 겹씩 묻어
꽃가마 되어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지런한 향기 실어
하늘 문턱으로 오르고
길 위 저무는 슬픔조차
한 송이 봄꽃 되어
사뿐사뿐 뒤따라온
이별은 꽃잎 무게로
이토록 고요하게
이토록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