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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Oct 31. 2024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 사무실에는 4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 중 임시로 정해놓은 DJ가 있다. 

사무실 공기가 너무나 딱딱하고 고요해서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되고 오후가 되면 무거운 눈꺼풀조차 눈치없이 쏟아질 것 같은 나른한 분위기 개선을 위해 나이 어린 직원에게 본인이 듣고 싶은 음악으로 기분좋은 아침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랩이나 시끄러운 음악은 패스~

대부분 경음악을 주로 듣는데 가끔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음악 또는 오래된 익숙한 팝송 등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잠시 일손을 멈추고 옛 기억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요즘 애들은 대부분 공부할 때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는데 오히려 어떤 일을 집중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효율적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한가할 때는 정말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피곤하거나 복잡한 일상들을 좀 더 유연하고 여유있는 하루로 보내는데 도움이 되는 듯 했다.


출근해서 일 할 준비를 하고있는데 한 직원이 오늘이 10월 마지막 날이라며 DJ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을 틀어달라고 했다. 보통은 음악 신청을 하거나 신청곡을 잘 받지 않는데도 지금까지 서로 어우러져 잘 달려왔고 달력을 겨우 두장 남긴 상황에서 다들 깊어가는 가을,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나보다. 음악을 신청한 직원도 우리 세대인지라 노래의 제목을 '잊혀진 계절'이 아닌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기억하고 있어 젊은 DJ도 잠깐 혼동하는 듯 했다.

아직 오전 9시도 채 되지 않아 DJ가 외부에 들리지 않도록 문을 살짝 닫고 볼륨을 키워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원곡을 틀어주는데 갑자기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오래된 옛 추억을 하나 둘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우리는 헤어졌지요 우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


매년 10월 마지막 날에는 그 해의 10월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붙잡으며 무엇인가 특별한 일상을 만들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일 중 하나는 친구들과 번개팅을 한다던가 식구들이 외식을 하기도 하고 그 날을 오래 추억하기 위해 날짜를 새기며 기념품을 사기도 했었다. 

여전히 우리 세대는 10월의 마지막 주가 되면 괜시리 설레이는 마음으로 '10월의 마지막 밤'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지나온 시간을 곱씹으며 비슷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조금 전에 우리 또래 단체톡방에도 누군가 '잊혀진 계절'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며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노래 한곡이 우리 마음에 이렇게 오래 남아 멀리 흩어져 있는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참 대단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그 노래는 우리 세대에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대표 곡이자 옛추억을 연결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직원들도 역시나 예전에 버스 정류장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레코드가게를 회상했다. 지금도 레코드가게가 있었다면 여기저기서 같은 곡이 셀 수없이 흘러나왔을 거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아마 오늘은 라디오나 여러 방송에서도 몇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직장에서 유아들 체험학습을 다녀오느라 무척 피곤한 하루를 보냈지만 다행히 오늘은 더 이상 힘든 일정이 없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4.10.31. 오늘을 최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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