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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동윤 Feb 10. 2023

<시> 환승역에서


일상에 쫓기어 달음질치는 

일상보다 바쁜 사람들.

환승역의 에스컬레이터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바쁜 마음으로 동동거리는 발걸음

빨리 가라고 재촉해주고

성가신 마음으로 미적거리는 발걸음

귀찮지 말라고 실어나른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는 늘 

사람으로 인산인해다.

장사가 잘 되어 신이 나는지

불철주야 쉬지를 않는다.


하지만 바쁜 마음도, 성가신 마음도 

오래된 계단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계단은 늘

사람들의 발걸음이 고프다. 


보잘것없는 몸이 무거워 에스컬레이터로 향할 때, 

오래된 계단이 마음 한켠을 두드렸다. 

문득 꼬린 발내음이라도 그리운가 싶어

가난한 발걸음이라도 실어주었다.


외롭다고 슬퍼할 것 하나 없다고,

낡아감을 자책할 것 하나 없다고,

사랑고파 시샘할 것 하나 없다고,

가난한 마음으로라도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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