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쫓기어 달음질치는
일상보다 바쁜 사람들.
환승역의 에스컬레이터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바쁜 마음으로 동동거리는 발걸음
빨리 가라고 재촉해주고
성가신 마음으로 미적거리는 발걸음
귀찮지 말라고 실어나른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는 늘
사람으로 인산인해다.
장사가 잘 되어 신이 나는지
불철주야 쉬지를 않는다.
하지만 바쁜 마음도, 성가신 마음도
오래된 계단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계단은 늘
사람들의 발걸음이 고프다.
보잘것없는 몸이 무거워 에스컬레이터로 향할 때,
오래된 계단이 마음 한켠을 두드렸다.
문득 꼬린 발내음이라도 그리운가 싶어
가난한 발걸음이라도 실어주었다.
외롭다고 슬퍼할 것 하나 없다고,
낡아감을 자책할 것 하나 없다고,
사랑고파 시샘할 것 하나 없다고,
가난한 마음으로라도 다독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