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비빔밥, 국물이 자작한 두부조림

비건 지향인의 식사 5

by 행커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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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봄동 비빔밥과 국물이 자작한 두부조림을 해 먹었다.


나는 애인과 둘이서 밥을 해 먹는다. 소박한 2인 가구인만큼 봄동같이 양이 넉넉한 채소를 한 팩 사면 "다음 봄이 올 때까지는 봄동은 이제 그만 먹을 거야"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부쳐먹고, 데쳐서 나물로 만들고, 국 끓여먹고, 생으로 씹어도 먹고 하면서 2-3일은 실컷 먹을 수 있다. 입춘이 지나자마자 저렴한 값에 등장한 봄나물을 보니, 이렇게 제철 채소를 먹는 것이 가장 싼 값에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 내가 야금야금 먹은 채소는 바로 봄동이다.

봄나물 세일 20% 쿠폰을 받아서 산 봄동 한 팩에는 꽃봉오리처럼 잎들이 모여있는 배추와 달리 키가 작은 아주머니가 풍성한 치마를 입고 쪼그려 앉은 것처럼 잎이 방실방실 퍼져있는 봄동이 두 포기나 들어있었다.

어제 겉의 큰 잎을 떼서 봄동 전을 속이 니글거릴 때까지 부쳐 먹었는데도, 중간 크기의 잎과 여린 속잎이 두 봉지 가득 남아 있었다. 오늘은 봄동 속잎으로 무얼 해 먹을까 하다가 봄동은 겉 잎도 배추와 달리 질기지 않고 은은히 달았는데, 그럼 여린 봄동 속잎은 얼마나 맛있을까 싶어서 데치지 않고 여린 잎 그대로 식초와 간장 등의 양념을 넣고 살살 무치기로 했다. 액젓 등은 일체 넣지 않고 삼삼하게 무쳐서 밥에 비벼먹을 생각이었다.


우선 흰 강낭콩, 백미, 현미를 섞어서 밥을 했다. 쌀뜨물은 두부조림을 하려고 냄비에 따로 담아두었다.

흰 강낭콩은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지방을 분해해 준다고 하길래 처음 사서 밥에 넣어보았는데, 왜인지 모르게 밥이 끈끈한 떡밥이 되었다. 그래도 흰 강낭콩은 너무 무르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게 적당히 익었다.


봄동을 무치기 전에 두부조림부터 먼저 만들었다. 두부를 부치지 않고 그대로 쌀뜨물에 끓이면서 만들었다.

고추장, 양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풋고추(청고추, 홍고추), 국간장, 꿀을 적당량 넣고 15분 정도 푹 끓여서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만들면서는 너무 단 듯해서 꿀은 괜히 넣었나 싶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거슬릴 정도의 단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음에 만들 때는 꿀을 넣는 대신 후추를 조금 뿌릴까 한다.


두부조림이 어느 적도 익어갈 때쯤 봄동 겉절이를 만들었다. 잘 씻은 봄동에 진간장, 고춧가루, 현미식초, 꿀, 매실액, 깨를 적당히 넣고 계속 간을 보면서 살살 무쳤다. 그리고 양푼에 한 김 식혀둔 흰 강낭콩 밥, 그리고 들기름을 아주 많이 넣고 주걱으로 살살 비볐다.


그렇게 아주 많은 설거지거리와 함께, 오늘의 봄 한상은 삼십 분 만에 완성되었다.

상큼한 봄동 비빔밥과 국물이 자작자작한 매우 두부조림.

봄동 비빔밥은 고소한 맛, 짭조름한 맛, 새콤한 맛, 아삭아삭 단 맛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누가 먹어도 맛있는 맛", "한 입 먹자마자 바로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확신의 맛있는 맛"이었다.

내가 이제껏 봄동으로 만들었던 요리 중에 내가 꼽는 일등이었고, 어디 내놓아도 좋을 한 그릇이었다.

아마 계란이나 김가루를 뿌리지 않고 상큼한 봄동 겉절이에만 밥을 비빈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봄동 비빔밥을 입에 한가득 넣어서 우물우물 씹다가, 자작하고 매콤한 국물에 두부를 으깨서 한 술 떠먹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번 주말에는 이 봄동 비빔밥을 해먹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고 기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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