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던가
내 온 청춘이 뜨겁게 모아졌던 사람
시간에 묻혀 얼굴이 기억나지 않네
사진 한 장 없이 울컥한
목울림으로만 남은 그 사람 누구였던가
그리웠던가
푸릇한 청매화에 눈길 주지 못하고
마른 바닥만 보고 하염없이 걷던 계절을 피해
멀리 도망 온 줄 알았던 오해와 함께
여전히 마음속에 휘청이는 그 시절 그리웠던가
어디 있는가
붙들 수 없다는 걸 믿지 않으려 할수록
더욱더 산산이 부서지는 아까운 것들
마음과 함께 떨어져 나갈 것이 두려워
차라리 꽁꽁 여민 마음 끝자락 어디쯤 있는가
모든 순간을
아낌없이 너와 함께 하고 싶었으나
매 순간 어긋난 외로움에 눈이 멀어
눈부신 너를 마주하지 못하고서
날 두고 혼자 떠나 버렸다고
말없이 저 혼자 가버렸다고
오래도록 여겨온 희미한 날들
가끔씩 신열 같이 떠오르는 기억에 빠져
부재하는 시절의 너와 나를 찾아 헤매다
오래도록 찾아 헤매다 알게 되었네
그 시간이 바로 나였다는 걸
내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아픈 것도 아니고
시간이 아픈 것임을
알게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