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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차갑게 말하지 않을게

by 리좀

마음의 울혈이 흘러 글이 되는 밤

비릿한 감정들이 문자 위를 헤맨다

네게 했던 송곳 같은 말들이

너의 부재보다 더 날카롭게

차디찬 밤공기를 가르면

밀려드는 후회가

오한처럼 스며든다


너에게

다시는 차갑게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날들의 기억이

창을 내리치는 빗물처럼

추진 마음을 타고 흘러내린 후

다시 맞는 아침 소리가 시리다


한기 가득한 도시의 바람 속에서

안쓰럽게 빛나던

너의 살풋 온화한 미소에

마음을 내려놓고 싶었으나

세상은 여전히 차가웠고

그보다 내가 더 차가웠던

모질고 더딘 시간을 흘려보내려

너는 지금 여기에 없다


섬광처럼 빛나던

너의 미소를 믿지 못하고

혹시 네게서 흘러나올지 모를

날카로운 말의 비수를 피하기 위해

무참히 내뱉은 독설의 유리성으로

지켰다고 지킨다고 지킬 거라고

굳게 믿었던 것은

여전히 차가운 세상의 동굴 속에

숨어 있는 나도 아니고

지금은 곁에 없는 너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것을


한 번도 빛나지 못한

그리운 시절의 온기를

애써 꺼뜨리며

너에게 했던 차가운 말들이

칼날보다 뜨거운

후회의 날이 되어

어둡고 텅 빈 마음을

베고 또 베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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