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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새

장자의 바닷새 이야기를 보며

by 리좀

바닷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바닷새는

목적지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닷새를 곁에 두기 위해서

밥을 짓고 집을 마련하며 정성을 쏟았으나

바닷새가 행복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마음속에 얼마나 큰 바다를 품고

바다 같은 눈물을 흘렸을지 알지 못했다


어린 바닷새는 언젠가

바다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바다로 가는 길이 멀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 만류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바다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는 날들 속에서

잃어버린 바다의 길과

새로운 그늘에 드리워진 길이 합쳐져

거친 거미줄이 되고 있었다

바닷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바다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태연하게 슬픔을 적립했지만

이별은 무수한 세월을 쌓고도 연습되지 않았다

이별은 마주쳐야 비로소 다가온다


바닷새 한 마리가 떠나간다

바닷새의 자유가 나의 멍에가 되지 않기 위해

한소끔의 고통을 달여먹어야 한다

곁에 두지 않고도 사랑하는 법을

쓰디쓰게 삼키며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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