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써 움직이고
애써 잠자고 애써 무엇이든 먹고 있어
내일이 오지 않길 기대하며
또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내일이 오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어
내가 애써 만들고
애써 준비하고 애써 간직하던 것들
사라져 버리길 바라다가
또 사라지지 않기를 원하다가
사라지면 어쩌나 애태우고 있어
왜 애써 무언가를
속절없이 애쓰고 애써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새벽을 지나
힘주어 손에 쥔 애씀 한 움큼을
한 번에 놓아버리고 싶은 저녁
달빛 한 조각 비치지 않는
어스름 하늘 위로
애써 지우고 애써 눈감아도
끝끝내 남는
네 얼굴 하나
네 얼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