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낙화를 기리며
빠르고 높게 나는
나의 작은 새
부르다 부르다 지쳐
붉은 피 토했어
너를 바라보는 눈이
붉디붉게 물들면
고개 한 번 돌아볼까
시린 계절 기다리다
눈감지 못했어
칼바람 흰 눈 폭풍우 지나
혹독한 시절을 견디며
너를 부르고 그리던
붉은 눈 붉은 입가
빠알갛게 멍든 마음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고서
나 지지 않을래
지고서도 다시 꽃 피울래
피던 자리 그대로 땅에 앉아
뒤늦은 날갯짓으로
가쁘게 네가 오는 소리 들을래
겨우내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던 잠든 땅을 깨워
뚜욱 뚜욱 붉은 눈물 흘리며
네가 오지 않던 길고 긴 이야기
오래도록 얘기할래
봄날의 어느 꽃도
흉내 내지 못할 붉은빛으로
나의 시린 봄이 지나고
다른 봄이 깨어나기 전까지
지지 않을래
지고서도 다시 꽃 피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