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걷던 길을
홀로 걷는다
골목 어귀마다 묻어 있는
선연한 너의 흔적
홀로 걷는 내게
수시로 소환되는 너는
그러나 지금 여기에 없다
너와 함께 가던 곳을
홀로 가본다
같은 장소 다른 시간
조각난 추억
네가 없어서 지금은
그때 그곳이 아니다
눈부시지만 습기 찬 햇빛을 받으며
사늘한 바람에도 축축해지는 공기 속을
옅은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 보아도
나 또한 그때의 내가 아니다
네가 없는 나는 다른 나이다
너는 떠나고
나 또한 여기에 없다
한가롭고 고요한 거리에서
네가 없어 변해버린 나를 가늠하지 못 한 채
목까지 차오르는 슬픔을 안고
바스락 낙엽처럼 주저앉고 싶어진다
네가 밟고 지나간 길이 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