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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by 리좀

길 위에서

너와 함께한 시간이

내 솎아진 시간의 전부였다


길 위에서

땀 흘리고, 걷고, 먹으며

네가 지은 모든 표정은

세상의 모든 풍경이었다

꽃길과 빗길 때론 눈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아온 빠른 걸음은

오색 찬연했던 무수한 길과

그 길 위의 너를 향하고 있었다

단 한 순간도 길과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우리는 무엇을 향해 그토록

종종걸음쳤나

너와 나 그리고 시간이 적셔진

그 길을 지나면 또 다른 어딘가가

있을 줄 알았다


지금은 길 위에 없는

너를 그리며

구멍난 길의 바람소리를 듣는다

횡행한 길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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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