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너와 함께한 시간이
내 솎아진 시간의 전부였다
길 위에서
땀 흘리고, 걷고, 먹으며
네가 지은 모든 표정은
세상의 모든 풍경이었다
꽃길과 빗길 때론 눈길 위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아온 빠른 걸음은
오색 찬연했던 무수한 길과
그 길 위의 너를 향하고 있었다
단 한 순간도 길과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우리는 무엇을 향해 그토록
종종걸음쳤나
너와 나 그리고 시간이 적셔진
그 길을 지나면 또 다른 어딘가가
있을 줄 알았다
지금은 길 위에 없는
너를 그리며
구멍난 길의 바람소리를 듣는다
횡행한 길의 울음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