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도 골목 어귀에 서 있다
어둠이 내려 앉아
인적 드문 좁은 길 담벼락에
가로등빛 산란하게 맞으며
비스듬히 기대서 있다
가끔 초조한 발걸음 이리저리 옮기며
달빛 한 번 올려다 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래 동안 골목에 있던 너는
그러나 한번도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하루치의 신경을 끌어모으는 네가
어김 없이 골목에 있다는 것보다
네가 거기서 기다리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어둠 자욱한 골목의 스산함으로
짙고 푸르게 내려 앉는다
늦은 밤 골목에는 항상 네가 있고
매일 밤 못 본채 지나가야 하는
두려운 시간을 맞는다
짧은 눈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행인3처럼 지나온 발걸음 뒤로
밤이 흐르는 소리만 쟁쟁 귓가에 남는다
여전히 나를 기다리지 않는
너는 아직도 골목 어귀에 있다
볼 수 없는 네가 달빛보다 더
선명하고 강렬해서
오늘도 빈틈 없이 마음 한 가득
뻐근하게 너를 채운다
너로 가득 찬 마음이 골목 어귀에
무겁게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