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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에게

by 리좀

산수유 매화 목련이

때를 몰라 한꺼번에 피어버린 날

발걸음 몇 떼지 못하게

마음을 붙잡는 어여쁜 애원에

다 내어주고 싶네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가진 마음 다 내어주고 싶네


짧아서 더 애 닳는 봄

얼마 안 남은 너희의 시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떼는 발걸음 천근만근이네

사방에 꽃들은 날아오를 것 같건만

나에겐 봄이 이렇게 무거울 줄이야


송이송이마다 마음을 원하는 것들에게

꼭꼭 숨겨둔 마음 한 톨까지

싹싹 모아 다 내어주고서

나는 그만 봄과 함께

텅 비어버리고 싶네

아무것도 없는

그 누구도 없는

빈 마음이고 싶네

빈 마음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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