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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가운데

by 리좀

흠칫한 마음 짓누르는 맹렬한 습도

그 속을 파고드는 혹독한 열기

너의 말없는 횡포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에 아픈 너를 담을게

이 더위 끝 어딘가에 있을

너의 희미한 용서를 기다리며

뜨거운 태양에 조용히 몸을 실을게

밀랍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이 여름 한가운데 서 있을 게

한 번도 뜨겁게 작렬하지 못한

나른한 흐린 봄 같은 우리의 시간

한날 한날 곱씹으며 너를 기다릴게


때로 무겁게 내리꽂는 소나기 쏟아져도

한끝도 피하지 않고 빗속에 서 있을게

채찍같이 거친 비가 그치고 나면

젖은 바닥 무색게 하는 쨍한 햇빛 속에

우두커니 네가 서 있기를 몰래 바랄게

질퍽한 여름의 고통 달게 견디며

미어지는 그리움과 함께 잠들게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꿈같은 너의 기척소리 들으며 잠들게

온화함을 잃은 모습 한 자락이라도

너를 꿈꿀 수 있게 눈 감을게

이 여름의 끝 어디쯤엔가

아니면 다른 계절의 언저리에서

너와 닿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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