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같지 않은 이별이라
아무렇지 않게 보냈습니다
사소한 이별은 이별이 아니라며
당연한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까맣게 잊느라
상처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풍경만 같아서
안부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어제의 이별과 오늘의 이별을
태연하게 이어 붙였습니다
모든 이별이 새로운 이별임을
잊고 싶은 유혹 때문에
무지근한 두려움 애써 감추며
영원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사랑하는 너,와 함께 하는 나를
꿈꾸는 영원 속에 가두었습니다
황망히 자리 잃은 이별을 내쫓고
나, 그리고 너로 채웠습니다
오래 외면한 맨 뒷줄의 이별이
큰 걸음으로 다가올 때마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믿으며
작별인사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익숙함에 실패한 인고의 나날 속에
한 끝 따뜻한 시선을 기다리던
무수한 이별들이 눈보라처럼
일제히 밀려든 후에야 비로소
그 모든 이별들 하나도 빠짐없이
뼛속에 사무친 걸 알았습니다
애써 밀어낸 이별보다 더 세차게
너를 밀어낸 걸 알았습니다
자그만 이별들 다 뿌리치고
마지막 이별에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