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한 마음 짓누르는 맹렬한 습도
그 속을 파고드는 혹독한 열기
너의 말없는 횡포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세포 하나하나에 아픈 너를 담을게
이 더위 끝 어딘가에 있을
너의 희미한 용서를 기다리며
뜨거운 태양에 조용히 몸을 실을게
밀랍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이 여름 한가운데 서 있을 게
한 번도 뜨겁게 작렬하지 못한
나른한 흐린 봄 같은 우리의 시간
한날 한날 곱씹으며 너를 기다릴게
때로 무겁게 내리꽂는 소나기 쏟아져도
한끝도 피하지 않고 빗속에 서 있을게
채찍같이 거친 비가 그치고 나면
젖은 바닥 무색게 하는 쨍한 햇빛 속에
우두커니 네가 서 있기를 몰래 바랄게
질퍽한 여름의 고통 달게 견디며
미어지는 그리움과 함께 잠들게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 해도
꿈같은 너의 기척소리 들으며 잠들게
온화함을 잃은 모습 한 자락이라도
너를 꿈꿀 수 있게 눈 감을게
이 여름의 끝 어디쯤엔가
아니면 다른 계절의 언저리에서
너와 닿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