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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품은 계절

by 리좀

여전히 뜨거운 여름

기약 없는 그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가을 속으로 떠난다며

짐을 꾸리는 너의 뒷모습

눈에 담을 수 없어

먼 산 보네

홀로 먼 산 보네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마지막이라는 말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재회를 꿈꾸는 미련 때문에

너를 볼 수 없어

흐린 창 보네

홀로 흐린 창 보네


지나온 시간에 내일은 없고

가을 지나 건너 올 겨울

또 다른 봄은 생각도 없으니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마지막이었음을 알기에

고개 들 수 없어

검은 땅을 보네

홀로 마른 바닥 보네


이별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자명한 사랑이 두려워

헤어지기 전에 사랑을 끝내려는

황급한 너의 모습이

마음 누그러뜨릴 미움 한 줌 남길까

똑바로 볼 수 없어

타들어가는 꿈을 꾸네

홀로 헛된 꿈을 꾸네


네가 곁에 있을 때

부재를 연습해야 했지만

함께 하는 기쁨에 눈멀어

이별을 외면하고 있었네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하릴없이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미련한 사랑 끝

차가운 이별을 견디네

홀로 망연히 견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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