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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 뚜... 뚜..."
'무슨 일이 있나?'
오늘 저녁에 늦는다는 아빠였기에 아마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전화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그냥 문자메시지만 남겨두기로 하고 문자함을 열었다.
문자함에는 아까 주안이에게 보낸 문자가 답장이 오지 않는 채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문자를 보내는 대신 휴대폰을 들어 주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역시나 전화기 너머로는 신호음만이 들려왔다.
"안 들어오고 거기서 뭐 해?"
윤슬이네 집에는 아까 도착했지만 이제야 생각난 걱정들로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서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게... 잠깐 전화 좀 하느라고, 지금 들어가려고..!"
윤슬이는 생긋 웃어 보이고 문을 열어두고 손짓하며 들어갔다.
나는 재빨리 문자메시지를 남기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옮겼다.
「"오늘 주안이 집에서 자고 들어갈게" 20:35 pm」
다시 가만 보니 윤슬이네 집은 겉보기엔 굉장히 오래되고 낡아 보였지만 단순히 낡았다는 표현보다는 세월의 견고함을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열린 문 앞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뒤꿈치를 들고 신발에 있는 흙먼지 들을 툭툭 털었다. 다시 다른 발을 들고 털고 있을 찰나 윤슬이는 나를 못 기다리겠다는 듯 다시 나왔다.
"얼른 안 오고 뭐 해? 이쪽으로와"
"응... 알겠어"
나는 발을 털다 말고 들어와 문을 닫아두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들어왔다. 낯선 여자아이 집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집에서는 따뜻하지만 낯설지 않은 분위기의 냄새가 느껴졌다. 이런 탓에 잔뜩 긴장해서 움츠리고 있던 어깨에 힘이 풀리며 손에 들려있던 캔들의 챙캉 소리와 함께 발을 떼었다.
집은 꽤나 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나는 윤슬이의 방은 어떨까, 혹시 방에 같이 있게 되는 건 아닌가라는 꽤나 흥미로운 상상을 했다. 이런 상상도 잠시 어느새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디뎠고, 여긴 구조가 단순했다.
좁은 복도 양옆에 방이 하나 화장실이 하나 있고 복도 끝엔 다시 위로 올라가는 몇 개 안 되는 작은 계단이 있었지만 그 위는 천장으로 막혀있었다.
"여기가 내방이야, 일단 오늘은 너도 여기서 같이 지내"
"여기서 같이?"
나는 재빠르게 눈을 굴려 방을 관찰했다. 여자아이의 방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별게 없었다. 작은 책상 하나 의자하나, 그리고 침대가 하나 있었다.
윤슬이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침대 맞은편으로 걸어갔다. 또 무엇인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응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야"
윤슬이는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밀었다. 그것은 벽이 아니라 미닫이 문이었다. 그 안에도 분명 작지만 충분히 방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배고프지? 일단 가방은 저 방에 두고 나와서 같이 밥 먹자"
"흠 꼴을 보니 일단 씻고 오는 게 좋을 듯싶은데? 화장실은 저기 쓰면 되고... 옷은 내가 문 앞에 둘께!"
녹진한 여름의 냄새 때문이었을까, 나는 약간의 창피함에 윤슬이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