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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Oct 14. 2024

가제 : 뫼비우스의 띠

8

푸른 하늘 한 곳에 자리하여 쨍하게 여름을 내리쬐던 태양은 어느새 모퉁이로 자리하였고, 그 모퉁이 반대편에서는 뜨겁게 달궈졌던 공기를 식히려 서둘러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이제야 인지한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간 : 19:00" 

"문자 메시지 : 6건"

"부재중 통화 : 3건"」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나"

빠르게 흘리 버린 시간을 보고 감탄한 것도 잠시, 부재중 통화와 남겨진 문자 메시지를 보고야 오늘 주안이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12건이나 확인하지 않은 문자메시지 사이에서 주안이의 이름을 눌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몇 시쯤 올 예정?" 15:20 pm」

"아차, 주안이!" 나는 메시지를 읽자마자 오늘 주안이네 집을 가기로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계속해서 주안이가 보냈던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아직 학교냐? 메시지 보면 전화 좀" 16:00 pm」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너네 집으로 갈게 보면 연락 좀" 18:30 pm」

"오늘 가기로 해두고 연락을 안 해서 화났네 보네... 연락 줘야겠어" 나는 주안이에게 온 부재중 통화를 눌러 다시 회신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전화기 너머로는 신호음만이 들려왔다.


"무슨 일 있어?"

"응 당연히 있지... 지금 이 상황이 엄청나게 큰일인걸. 게다가 지금 통로가 막혀있잖아!" 나는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지금 나의 신경은 온통 주안이와의 약속뿐이었다. 한번 더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연결은 되지 않았다. 나는 통화는 포기한 채 문자를 남기기로 했다.


「지금 잠깐 집 근처인데 곧 갈게! 문자 보면 전화 좀 줘.」

"아무래도 이제 늦기도 했고 나는 이제 가봐야겠어." 문자를 보내고 난 뒤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윤슬 이를 향해 말했다.


"응 근데 아무래도 이것들 때문에 마을 쪽으로 건너가기는 힘들 거 같은데?" 

"마을로 가는 길이 여기뿐이야?"

"응 안전한 곳은 여기뿐이야" 윤슬은 이런 상황에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안전한 곳? 다른 곳은 안전하지 않다는 거야?

"응" 아이의 표정은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했다.

"너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아..?"

"어.. 어떤곳이냐니.." 나는 잔뜩 긴장했다. 서늘하다 못해 찬 바람이 빰을 스쳤다.

"사실 이곳은 해가지면 낮동안 흙아래 있던 시체들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곳이야..."

"시체라면 좀비라도 있다는 거야..?" 나의 동공은 흔들리다 못해 아이를 또렷하게 볼 수 없었다.

"맞아 좀비... 사실 이곳은 거대한 무덤이고... 지금쯤이면..." 윤슬이의 말에 맞춰 모퉁이에 걸려있던 해가 이제 완전히 그 뒤로 사라졌고 어둠 아래엔 나와 윤슬만이 서있었다. 아니 그 아이는 분명 좀비일 테니.

내 눈앞에 소녀 모습을 한 좀비는 앙상하고 핏기 없는 새하얀 손을 서서히 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내 등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
나의 시선은 그 손가락을 타고 자연스럽게 등을 돌려 그 끝을 향했다.

"턱" 내 어깨 위로 그것의 손이 올라왔다. 나는 이제 여기서 꼼짝없이 시체가 될 것이다.

"으아아악!" 나는 온몸으로 그것을 부정하고자 주저앉았다.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윤슬이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의 상상 속의 좀비는 어느새 사라지고 배를 붙잡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윤슬이가 있었다.


"너 정말 겁쟁이구나?, 히히히"

"하.. 하지 마!" 나는 땅에 주저앉아 겁에 새하얗게 겁에 질린 채 짜증을 냈다.

"너 정말 이곳에 좀비가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세상에 요즘 세상에 좀비라니... 그나저나 정말로 다른 곳은 위험해 더군다나 어두워졌기도 하고.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같이 나가자"

"뭐라고? 정말 방법이 없는 거야?" 나는 손에 들린 히마의 간식을 내려다보았다.

집에서 쫄쫄 굶으면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히마를 생각하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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