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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돌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다시 들리고, 고양이의 숨소리가 다시 들린다.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숨을 다시 쉬었다. 얼마나 생각에 잠겨있었을까. 좀 더 기억에 잠겨 그 아이와 함께 했던 대화들, 표정, 냄새까지 다시 느끼고 싶었지만, 다리가 저려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남학생만큼 지금 현재의 나는 여전히 그 아이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랑이랑 우리 삶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일 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이 환상적일지도.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누군가 당신에게 이런 고리타분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해도, 그 답은 당신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이거나, 혹은 달콤한 말로 가득한 그럴듯한 말일지도.
사랑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낭만일 수도,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가는 정도, 누군가에겐 반복되는 배신이, 누군가는 영원의 약속일 수도 있다. 성숙할 수도, 미숙할 수도 있다.
사랑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찾고자 하는 답은 같을 수는 없다.
끝내 찾아내는 대답 또한 모두 다를 수밖에. 사랑은 운명이라 하듯, 노력뿐만 아니라 운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무 살 이전에는, 노력만 하면 어떤 사랑이든 쟁취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날의 남학생은 얼마나 순수했던가.
스무 살 이후에는, 대부분의 사랑이 시작도 전에 그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숨 쉬고 일하기만 해도 빠듯한 현대사회에서 사랑은 우리를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에 길들여져, 이성에게 주는 기회는 무의식에 남은 첫인상에서 결정이 되기 마련이다. 얼마나 간단하고 빠른 방법인가.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랑은 운 말고 다른 노력들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사랑에 관한 드라마가 이토록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신의 사랑에 대해 대신 정의해줄 수 있는 드라마는 없다. 그럴 사람도 없다.
연애 칼럼 전문가?
사주 전문가?
연애 상담사?
어떻게든 남들에게 연애하기 적당한 시기를 충고해주는 사람들.
이들이 당신의 사랑에 대해 정의를 해줄 수 있다고?
웃으며 손 흔들어 줘라. 안녕히 가세요.
용감하게 자신의 감각을 믿고, 청춘이었던 그 시절에 했던 사랑을 떠올리며, 땀과 눈물로 이룰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