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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봄 Dec 01. 2023

꼼꼼하게 그림책 보기 4

『바닷가 탄광 마을』을 보고

 『바닷가 탄광 마을』 (조앤 슈워츠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영선 옮김/ 국민서관)’은 그림을 그린 작가 시드니 스미스를 좋아하게 된 그림책이다. 해가 지는 바다를 아름답게 그린 표지가 맘에 들었다. 그 아래로 불빛이 보이는 집들이 모여 있다. 평화로운 모습이라 마음이 느긋해진다. 탄광마을이라 면지가 까만색인 것이 이유가 있다고 생각됐다. 속표지는 뿌연 안개 낀 바닷가 마을을 가로로 길게 그렸다. 잔잔한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킨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평화롭지만 왠지 쓸쓸하다. 조촐한 아침식탁 뒤로 출근하는 남편과 도시락을 들고 문에 기대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은 일상이 평화롭고 차분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 ‘우리 집에서는 바다가 보여요’라는 첫 문장은 바다가 보여서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이 부부가 사는 집이라 아름답다고 말하는 듯하다.     


한 장을 넘기면 이 집만이 아니라 이웃의 다른 집에서도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광부다.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다. 그 아름다운 바다 아래 탄광이 있다니. 상상하기 힘들다. 아이는 아직 잠자리에 있다. 이제 잠을 깨려고 한다. 아마도 아빠의 출근 준비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기 시작했을 게다. 일어나면 이미 아빠는 출근하고 집에 없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건 길가에서 자라는 풀 소리, 바람 소리이다. 아침에 이렇게 깰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얇은 커튼이 펄럭이는 창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는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지만 그 아래 시커먼 곳에서 아빠가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탄광 아래 엎드려서 웅크리고 작업을 하고 있는 광부의 모습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것과 대비되게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다시 컴컴한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 준다.     


엄마와 점심을 먹고 심부름을 하는 아이의 일상은 평범하고, 아름다운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컴컴한 바다 아래 탄광에서 일하는 아빠의 모습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아이는 오후에 할아버지 묘에 간다. 할아버지도 광부였다. 할아버지의 묘는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있다. 오랫동안 땅속에서 힘들게 일한 할아버지는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묻히길 원하셨다. 아름답지만 슬픔이 느껴진다. 밝고 아름다운 바다 아래 어둡고 위험한 탄광이 있다는 걸 교차로 보여 주니 점점 가슴이 조여 온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네 컷으로 나뉘어 있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면서 집안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오는 햇빛이 현관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빠의 귀가를 해가 맞아 주는 듯하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는 환한 미소로 아이를 안아 주고 아내에게 입 맞추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보낸다. 저녁을 먹은 뒤 부부는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사이에서 아이들은 평화롭게 잠이 든다. 이 장면은 클로즈업된 부부의 찻잔과 함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이다.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오래도록 잔잔한 일상을 누리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담긴 듯했다. 오랜만에 그림책의 한 장면을 보고 느끼는 설렘이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는 이 아름다운 장면 뒤에도 어김없이 바다 저 아래 탄광이 있음을 알려준다. 아이는 파도 소리에 잠이 들면서 바다를 생각하고 아빠를 생각하고 그리고 컴컴한 탄광을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언젠가 자기 자신도 들어가 일하게 될 곳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캄캄한 어둠으로 뒤덮인 바닷가 탄광마을을 보여 주면서 책은 끝난다.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보니 해가 지는 장면이 아니라 해가 뜨는 장면일 수 있겠다 싶다.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힘들게 일하는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아픔을 간직한 탄광 마을 이야기를 담담하게 묘사해서 더욱 슬픔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그림도 큰 감동과 긴 여운을 준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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