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9

03월 31일 - 아빠가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방금 점심 먹고 왔다. 파닭이다. 우리 아들과 함께 먹은 기억은 없다. 두툼한 너겟모양의 바삭한 치킨에 가늘게 채 썰은 아삭한 파의 식감과 향이 어우러졌다.그위에 새콤 달콤한 간장 소스나 겨자 소스를 듬뿍 올려 맛의 균형을 잡았다. 미식가인 우리 아들도 좋아할 것 같다. 4월 11일 수료식을 기대해라. 오늘 점심 식단은 뭐였니? 육류를 좋아하는 아들의 식성도 충족하면서 봄 냄새 물씬 나는 취나물, 냉이, 참나물 등과 냉이 된장국이었으면 좋겠다. 입맛도 돌고 몸도 마음도 힘을 얻게.

지금 엄마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여보, 우리 아들한테 편지 왔어. 늦은 저녁 이불속에서 쓰는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말래. 틈나는 대로 쓰면서 옛 추억을 돌이켜서 자기도 즐겁고, 또 많은 위로도 된다고 해!"


엄마의 목소리가 밝고 경쾌하다.


아빠도 힘을 얻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편지를 써나간다. 창 밖에는 산수유꽃이 노란 폭죽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긴 겨울 끝에 온 봄이 아쉽게도 너무 짧구나. 일교차가 심하다. 아침은 차고 낮의 햇살은 여름처럼 따갑고 강렬하구나. 우리 아들이 있었으면 튼튼한 팔뚝과 넓고 탄탄한 가슴 근육을 거울에 비쳐보며 티셔츠를 몇 번이고 갈아 입는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엄마가 문 앞에서


"아들아, 그래도 아직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니 겉옷은 하나 가지고 가야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


두 사람의 가벼운 언쟁은 환절기가 되면 반복되는 일이었지. 그런 시간들도 그리운 추억으로 머릿속에 맴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실감 나는구나.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이 집안 곳곳에 생생하게 배어있다. 네 방에 들어가고 안방으로 넘어와도 거실에 있다가 현관 앞에 서있어도 모든 공간과 벽지와 가구와 마룻바닥에도 너의 말소리와 웃음과 표정이 묻어있구나. 집이란 그런 곳이다. 그래서 가정은 화목해야 한다. 그래야 집에 들어오고 싶어진다.


어제 썼던 편지에서 "갈매기의 꿈"에 조나단을 말했었지? 우리 아들이 조나단처럼 살았으면 좋갰다.네가 꿈꾸고 소망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날갯짓을 배우고, 창공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살기를 바란다. 앉고 싶은 가지에 앉아 노래 부르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 살며, 노래하고 춤추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재능이 많고 감수성이 뛰어난 우리 아들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삶을 누리며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또 재능도 기부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돌볼 줄 아는 실천적인 지식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아빠는 오늘 오전 11시 30분부터 경희대에서 대학 입시연수가 있다. 집에 저녁 8시쯤 돼야 돌아올 것 같다. 엄마가 그 시간까지 혼자 있어야 돼서 좀 안 됐지만, 엄마는 늘 "우리 아들은 군대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한다. 좀 불편하거나 힘들 때면 그 상황을 이겨내는 기도문처럼 쓰곤 한단다.


이따금 엄마의 표현이 직설적이어서 감성적인 네 마음이 상할 때도 있지만 아들과 가족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하는 한결같은 사람이 네 엄마다. 특히 아들에 대한 사랑은 네가 아는 것처럼 다소 맹목적 이리만큼 절대적인 것은 너도 알 거다. 엄마의 삶에 우선순위는 너다. 간혹 엄마와 네가 언쟁을 할 때 엄마가 억지를 쓰기도 하지만, 엄마는 그 상황이 지나면 늘 안쓰러워하고 힘들어한다. 우리 아들이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하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네가 아빠에게 소중하듯이 엄마도 아빠에게 소중한 사람이니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일단은 얘기를 끝 마치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옆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조바심 나는 아빠도 마음이 편하겠다. 가령 엄마가 "밖이 추우니 겉옷을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라고 하면 "네" 하고 아빠에게 살짝 주고 가거나 서재 한쪽에 살짝 놓고 가면 되지 않겠니?


다윗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인 이유는(삼하 7:8-16) 하나님을 향한 그의 변함없고, 간절한 사랑 때문이었다. 남의 아내를 빼앗거나 그의 남편을 가장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 내보내 죽게 만든 큰 실수를 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죄를 지적했을 때 철저히 회개하고 용서를 구한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하나님께 묻고 상의한 사람이었다. 나는 우리 아들이 어떤 일을 하든 하나님께 묻고 행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성경은 이런 사람을 복된 사람이라고 한다.


아들아!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을 만날 날을 기대하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제법 흘러갔다. 우리 아들을 만날 날이 정확히 11일 남았구나.


늘 기쁘고 즐겁게!

감사하며 행복하게!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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