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22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이다. 사무실에 나왔다. 어제 하던 일을 마무리 못하고 퇴근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이 일을 끌고 가지 않으려고 평소와 같이 부지런히 출근했다. 상쾌한 아침햇살이 벌써 사방에 환하게 퍼졌고 사무실 뒷편 숲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분주한 평화로운 시간이다. 학교 운동장에는 어른 야구 동호회가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 준비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새도 나무도 사람도 모두가 살아서 제 색깔로 저만의 소리를 내는 이 아침이 나는 참 좋다. 오늘도 새 날이 밝았다.


아빠는 목감기에 걸려서 약간 헤매고 있다. 몸이 피곤하면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하지. 어젯밤 갑자기 목이 아프더니 약간의 두통과 함께 미열이 났다. 고함량 비타민 C를 먹고 생강차를 마시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 다 나은 듯 개운해졌다. 엄마는 우리 아들 면회 갈 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반 타박반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오늘부터 잘 관리해서 며칠 뒤에 너를 만날 때는 감기 뚝 떨어놓고 갈 거다.


엊그제 유격 훈련한다고 군대에서 힘들게 구르고 눅눅한 침대에서 잠들었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았는데, 엉뚱한 사람이 감기 들어 누우면 어떡하냐고 엄마가 말한다. 집에 있으면서 감기가 웬 말이냐! 어제 네가 1633으로 전화했을 때 수업 중이었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얘들아 군대에서 아들에게 전화 왔다. 5분만 양해해 다오. 너희도 나중에 이 아빠의 심정을 이해할 거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서 네 전화를 받은 거다. 우리 아들의 낭랑하고 믿음직한 목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잘 지내고 있노라"는 네 한마디만 들어도 부모는 다 안다. 네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정말로 괜찮은 건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네 목소리도 마음도 모두 좋았다. 그 평안한 기운이 아빠에게 전해졌다. 전화를 끊고도 한참 동안 너의 밝은 여운이 아빠의 마음에 남아 있더구나.


수업을 마치고 네게 전화 온 소식을 엄마에게 전했다. 훈련소에서 좋은 전우들을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서로 돕고 있다는 네 얘기를 했다. 엄마, 아빠가 늘 하던 기도의 제목을 하나님이 들어주셨구나. '어느 곳에서나 만남의 축복을 허락하소서'라는 부모의 기도에 언제나 응답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바알의 선지자들과 죽음의 사투를 벌인 후에 도피해 있던 엘리야 선지자에게 우리 하나님께서 까마귀를 시켜 먹을 것을 공급해 주신 사건을 생각나게 한다. 믿음의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사람뿐 아니라 자연물을 통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신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경험을 우리 아들이 날마다 고백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이냐.


퇴근했더니 엄마가 네 부대에서 온 훈련소 초대장과 너의 짤막한 편지를 오늘 받았다고 내밀었다. 드디어 이제 공식적인 수료식이 카운트 다운됐구나. 오늘이 거의 다 갔으니, 5일 밤만 자면 우리 아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네가 태어나서 부모와 가장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시간이다. 길고 긴 고된 훈련의 모든 과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기쁘게 감당한 네가 참 고맙구나.


우리가 만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엄마는 우리 아들이 먹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골몰하고 있다. 궁금한 것을 즉시 전화해서 물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형편이 그렇지 않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자대배치 받으면 언제나 전화할 수 있고 또 휴가도 자주 나온다고 하니 서로 조금만 기다리자. 우리 아들이 단단한 마음으로 군복무 기간을 다시 새롭게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아빠는 걱정이 없다. 군생활이 네게 또 다른 도약의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주어진 환경과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네 삶의 태도를 존중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이 얼마나 단단한 결실을 맺고 올까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아들아, 이제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00이 형 말대로 평안한 마음으로 속도를 조절해 가면서 천천히 네 계획을 돌아보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의 건강이다. 건강을 잘 지키거라. 00형 말대로 네가 한미 연합사에 가서 형과 함께 미래에 대해 서로 의논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다져가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우리 마음대로 되겠니. 하지만, 어느 것이든 하나님이 네게 가장 적합한 것을 준비시켜 주시지 않겠니.


자, 이제 첫 번째 관문이 코 앞이다. 곧 만나자. 파이팅!!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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