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편지(2부) 26

by 순례자

사랑하는 아들아


주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네게 편지를 쓴다. 잠은 잘 잤니? 죽부인 쿠션이 없으면 잠들기 힘들어 여행 갈 때도 들고 갔는데 훈련소에서는 어땠니? 피곤하면 꿈도 꾸고 잠꼬대하며 이도 가는데 군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자는지 궁금하구나. 집에 있을 때 이따금 곤히 잠든 너를 지켜보면 중간에 잠을 깬 너는 아빠를 보고 "왜~ 아빠?"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던 때가 기억나는구나.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서 중국에서 그리고 다시 홍콩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낸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 네가 초등학교 시절에 가위눌리는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던 힘겨웠던 때에 아빠는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너를 바라보고 기도하곤 했다. 그 힘겨웠던 시절에도 불평하나 하지 않고 "어디든지 아빠를 따라간다."라고 두 손가락을 꼬며 행운의 싸인을 날리던 씩씩하던 네가 아빠는 대견하고 고맙다.


네가 '배우는 사람'의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만 아빠가 너의 삶에 개입할 생각이다. 네가 스스로 결정하고 독립할 시기가 되면 언제나 한걸음 떨어져서 네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큰 나무처럼 네가 지치고 힘겨울 때면 언제나 말없이 찾아와 기대고 쉬어갈 수 있는 큰 나무가 되어주겠다.


지금은 너의 삶의 모든 갈피마다 개입해서 아빠의 의견을 내지만 염려하지 말거라. 아빠가 성경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규정하는 말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명쾌한 단 한 구절은 에베소서 5장 31절이다.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시기가 되면 너는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우리와 완전히 독립할 것이다. 그전까지 아낌없이 우리의 인생을 너와 공유하려 한다.


포상전화를 받기 어려웠을 텐데 매번 전화 기회를 얻은 것을 보니 우리 아들이 군 생활의 노하우를 일찍 터득했구나.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은데 쟁취 노하우를 터득한 것을 보니 군대에 말뚝 박는 게 어떠냐는 친구들의 불평도 이해가 간다. 그나저나 엄마 아빠가 그 소중한 전화 기회를 다 받지 못하고 놓쳐서 미안하구나. 아들아, 나머지 훈련 기간도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밟듯이 잘 마무리하고 수료식날 반갑고 기쁜 모습으로 만나자. 전혀 다른 세계에 멋지게 적응한 우리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군복이 얼마나 잘 어울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를 닮은 예쁜 턱라인 때문에 모자가 아주 잘 어울리더구나. 어쨌거나 우리 아들의 모습이 눈에 맴돌기만 하니 직접 가서 실물로 봐야겠다.


아빠는 요즘 빌게이츠가 추천한 책을 읽고 있다.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 지식인의 축제' 테드 콘퍼런스에 참가한 빌게이츠가 몇 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중에서 한국어로 출간된 책 몇 권을 샀다.

책 소개를 조금만 할게 나중에 자대에 배치되면 아빠가 가져다주겠다.
첫 번째 책은 '경영의 모험(The business Adventure)'(존 브룩스 저)이다. 빌 게이츠는 1991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읽어 본 경영서 중 최고"이며, 40년 전에 출간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비즈니스의 기본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준다"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책은 The Bully Pulpit(도리스 컨스 굿윈 저)이다. 이 책에 화두는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오로지 좋은 영향을 주는 리더만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혹은 다른 요소들로 성공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까?'이다. 역사가 도리스 컨스 굿윈(Dorris Kearns Goodwin)은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27대) 전 대통령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이 책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 언론의 도움으로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책은 'On Immunity'(율라 비스 저)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예방접종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루머들을 다루고 있다. 수필가 율라 비스는 이 책을 학문적 이유가 아니라 '엄마'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다. 게이츠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이 책은 최근에 부모가 된 모든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이 책의 선정이유를 밝혔다.


사랑하는 아들아 잘 읽고 나중에 부대에 가져다주겠다. 함께 읽고 빌게이츠의 질문에 대해 얘기하자. 주일 예배에 은혜 많이 받고 편안한 휴식이 되거라. 우리가 만날 날이 이제 며칠 안 남았다.


'너 하나님의 용사여 강하고 담대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가슴에 울린다.



아들아 파이팅!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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